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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남녀, 욕망과 삶
이문균 지음 / 밥북 / 2024년 6월
평점 :
소설과 영화와 성서 속에서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모습을 살펴보는 일은 그 어떤 연구보다 흥미롭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인생이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저자 이문균은 삶의 현장에 의미를 주는 신학을 추구합니다. 그가 여러 소설의 줄거리를 음식과 사랑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솜씨가 일품입니다. 저자는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을 환대한 미리엘 주교의 식탁을 말하면서, “결국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빵이 아니라 아름다움”(p. 83)이라고 말합니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강렬한 표현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이 책에는 여러 편의 영화도 거론됩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음식 남녀>, <바베트의 만찬>, 등등. 함께 식탁에 앉고 사랑하는 것에 어떤 행복과 윤리적 의무가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들입니다.
특히 <바베트의 만찬>은 기독교의 가치관을 아름답게 보여줍니다. 주인공 바베트는 복권에 당첨됩니다. 이제 그녀의 힘든 삶을 끝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금욕적 공동체 안에서 즐거운 삶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당첨금을 다 사용해 거창한 만찬을 준비합니다. 그 만찬에 참여한 사람들은 서로를 용서하고 즐거움을 향유합니다. 말하자면 그 만찬은 공동체 사람을 위한 바베트의 희생 제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사치스러운 식탁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삶의 의미를 줄 수 있습니다. 단순히 배고픔을 채우는 행위로서의 식사는 동물의 식사일 뿐입니다. 인간다운 식사는 포용과 감사와 즐거움이 넘치는 법입니다.
Part Ⅲ에는 극한 상황에서 음식 인생을 다루는데,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 있어서 식사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식탁은 죽음을 앞둔 사람의 생명을 연장해주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남은 시간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 아름다운 선물일 수 있다는 말에 격하게 동의합니다. 저자는 신학자답게 결론 부분인 Part Ⅳ에서 예수의 ‘인생 식탁’을 다룹니다. 마태복음 14장에 나란히 나오는 분봉왕 헤롯의 생일 식탁과 예수의 오병이어 식탁을 비교하며, 헤롯의 식탁은 죽음의 식탁이고 예수의 식탁은 생명의 식탁이라고 설명합니다. 결국 우리의 인생 식탁은 음식뿐 아니라 사랑을 함께 나누며 감사가 넘쳐야 합니다. 바베트와 예수는 이런 식탁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습니다. 책을 덮으며, 그리스도인들이 식사 때마다 왜 기도하며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생각해봅니다. 그리스도인은 자신이 마주한 식탁이 주님이 베푸신 식탁임을 명심하고, 자신도 이런 아름다운 식탁을 베푸는 삶을 살겠다고 고백하는 기도를 드려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멋진 식사를 한 것 같은 행복한 독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