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말해주세요, 꽃들의 비밀을 - 꽃길에서 얻은 말들
이선미 지음 / 오엘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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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꽃을 좋아하는 아내와 함께 숲길을 거닐 때면, 아내의 탄성과 함께 가던 길을 멈추곤 합니다. 나처럼 평생 서울에서만 살아온 아내가 나무와 꽃에 대해 이렇게 많이 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이선미의 <누군가 말해 주세요. 꽃들의 비밀을> 읽으면서 이제 이해가 됩니다. 아내는 하나님과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을 사랑합니다. 그 사랑이 아내의 마음에서 숲길에 핀 꽃들에 대한 감탄을 길어 올렸던 것입니다.

이 책은 꽃 이야기뿐 아니라 꽃을 만난 작가의 이야기도 가득 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꽃자리를 찾아가 사진을 찍다가 좋은 빛이 없어서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빛이 없다고 말한답니다. 하지만 빛이 없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하면서 작가는 아우슈비츠의 벽에 새겨진 유다인의 고백을 소개합니다. “나는 빛나지 않을 때에도 태양을 믿습니다 / 나는 사랑이 느껴지지 않을 때에도 사랑을 믿습니다. / 나는 하나님이 침묵하실 때에도 하나님을 믿습니다.” 작가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비비추난초를 찍으면서, 초라한 결과물에 애석해합니다. 후에 비비추난초의 비주얼이 본래 썩 빼어나지 않음을 알고는 코헬렛(전도서) 714절을 떠올립니다. “행복한 날에는 행복하게 지내라. 불행한 날에는, 이 또한 행복한 날처럼 하나님께서 만드셨음을 생각하여라.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인간은 알지 못한다.” 그렇습니다. 현재 내가 마주한 사람이나 상황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는 비비추난초를 만난 일을 통해 오늘을 사는 지혜를 배웁니다.

이렇듯 저자의 글에는 꽃처럼 아름답고 깊은 내면의 사색이 담겨 있습니다. 저자가 직접 찍은 꽃 사진에는 아련함이 묻어 있습니다. 깽깽이풀은 숲속 햇살이 오가는 곳에서 잘 자란다지요. 숲이 너무 우거진 곳이 아닌, 빛이 잘 드는 숲속 여백을 배경으로 피는 깽깽이풀은 눈부신 아름다움을 드러냅니다. 저자는 왜 이 아름다운 꽃의 이름을 하필 깽깽이풀이라 했는지 의아해합니다. 어쨌거나 빛이 있는 숲속 여백에서 깽깽이풀은 너무 잘 눈에 띄어서 약탈자의 손길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봤던 자리에서 또다시 꽃을 보는 일은 큰 행운이라 말합니다. 이렇듯 꽃을 찾아다니는 일은 상실과 슬픔이 되기도 하는 법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숲속 깊은 옹달샘에서 샘물을 마신 것처럼 마음이 정화됩니다. 매번 다시 피어나는 꽃을 보러 가서 침묵하며 기다리면서, 우리는 자신에게 너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고 묻습니다. 아내의 책상에 이 책을 슬쩍 올려놓겠습니다. 그리고 다음에 숲길을 걸을 때는 아내와 보조를 맞추어 꽃에 시선을 두고 침묵하며 꽃이 들려주는 말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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