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의 숲에서 - 바이칼에서 찾은 삶의 의미
실뱅 테송 지음, 비르질 뒤뢰이 그림, 박효은 옮김 / BH(balance harmony)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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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젊은 날 깊은 숲속 은둔자로 살아보리라 작정한 실뱅 데송이 바이칼 호수 근처 오두막에서 여섯 달을 지낸 기록을 그래픽 노블로 펴낸 책입니다. 그는 책과 시가와 보드카를 가지고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간 시베리아 숲에 머물렀습니다. 그곳에서 할 일이란 자연과 마주하는 것입니다. 침엽수가 우거진 깊은 숲에는 고독이 있습니다. 작가는 그 고독의 장소가 가진 특유한 힘을 느낍니다. 그는 매일매일 떠오르는 생각을 써 내려갔습니다.

2월 그는 시베리아 숲 오두막에 들어가 한 시간 내내 테이블 위에 비친 햇살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그리고 햇빛이 스치기만 하면 무엇이든지 근사해진다고 느낌을 말합니다. 이 표현이 더 근사하군요! 3월 일기에 쓴 표현도 멋집니다. 공간을 지배하는 인간은 허세를 부릴 뿐이며 자유로운 인간은 시간을 지배한다고 작가는 썼습니다. 숲속 오두막에서는 시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잊을 정도로 시간은 온순해집니다. 그는 오두막에서 시간과 휴전 협정을 맺고 화해했다고 말합니다. 도시에서 사회적 성공과 물질의 풍요를 추구하는 인간들은 언제나 시간을 지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거꾸로 시간의 공격을 받아 쫓기며 살아갈 뿐이죠. 작가는 시베리아 숲 오두막에서 깨닫습니다. 시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시간이 그저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것임을!

시베리아 숲과 바이칼 호수에서는 이데올로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곳에서 이데올로기는 개들처럼 은둔자의 집 문턱에 머물러 있을 뿐이지요. 작가는 과연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 묻습니다. 사회적 삶이 부여한 명령에 순응하며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현대인의 삶과 숲속의 정령들을 계속 경외하며 숲속에서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의 삶, 무엇이 더 추구할 가치가 있을까요? 실뱅 테송은 시베리아 숲으로 들어오면서 자신이 행복하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두려워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행복함을 느낍니다. 고요한 그곳에서의 삶이 생기를 가져다줌을 경험합니다. 눈 속에서는 고통스럽지만, 산꼭대기에서는 고통을 잊었습니다. 눈보라가 몰아칠 때는 따스한 오두막 안에 머물며 창문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곳에서의 여섯 달은 그에게 완벽한 삶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책을 덮으며, 나는 언제 이런 생활을 체험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봅니다. 훌쩍 떠나면 된다고 생각하다가도 걸리는 것이 너무 많네요. 육개월 간 시베리아 숲에서 생활한 실뱅 테송이 한없이 부러우면서도 결단하지 못하는 나의 우유부단함이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은퇴 후에는 깊은 숲속에서 살아보고 싶습니다. 이것이 막연한 꿈으로 끝나지 않도록 정신 무장부터 해야겠는걸요. 지금부터라도 깊은 사유와 자연에 대한 사랑이 있는 삶을 추구하고 싶습니다. 즐거운 책 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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