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등불을 비추라 - 빛으로 성경 읽기
김동문 지음 / 샘솟는기쁨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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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근동 문화에 익숙한 저자는 고대 중근동에서 실제로 사용되었던 등잔을 바탕으로 성경 이야기를 읽어가자고 제안하며, 시대별로 사용된 등잔을 바탕으로 성경 이야기를 재구성합니다. 그가 등잔과 등불을 주제로 선택한 이유는 실체와 실제에 바탕을 두고 성경을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실제 중근동에서 사용된 등잔을 설명하고 구약과 신약에 등잔 혹은 등불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그리고 신의 형상으로서의 이 가지고 있는 고발성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그는 첫 장부터 빛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다른 존재를 드러낸다고 강조합니다. , 세상의 빛이 된다는 것은 존재가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보다 등불의 역할을 감당한다는 의미라는 것입니다. 어두운 밤에 희미한 등불은 대단한 존재가 아니지만, 어둠 속에서 무척이나 유용합니다. 어둠 속의 등불은 고대 세계에서는 심지어 눈부심이었을 것입니다. 등잔과 등불에 대한 이런 묘사는 독자에게 믿음의 용기를 줍니다. ‘너희는 세상의 빛’(5:14)이라는 말씀이 우리의 존재가 처럼 바뀌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라면, 이것을 아멘으로 받아 나에게 적용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등잔불에 대한 저자의 강조점이 마음에 듭니다. 오래전 어느 대학교의 설립자는 한 구석 밝히기’(Brighten one corner) 운동을 전개했습니다. 세상에서 대단한 의 존재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처한 곳에서 작은 등불 하나 켜 들 수 있는 사람이 많다면 세상은 바뀔 것입니다. 주님을 믿는 자가 누군가에게 갈 길을 비추어 줄 수 있다면, 그는 주님의 참된 제자임이 분명합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성경을 읽는 그리스도인들에게 현재 삶의 자리에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는 다른 이에게 생명의 길을 비춰줄 수 있는 겸손한 섬김의 길을 걷도록 도전합니다.

요한복음에서 빛과 관련된 다음 세 가지 이야기가 나에게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첫째, 니고데모가 예수님을 찾아와 대화하는 장면(3)에는 직접적으로 등잔 불빛이 언급되지 않았지만, 등잔불이 타오르고 있었을 것이라고 저자는 추측합니다. 예수님과 니고데모가 대화한 장소가 어디인지, 정확한 시간은 언제인지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회막에서 백성의 지도자 모세를 만나는 장면을 연결합니다. 지금까지 나는 예수님과 니고데모의 만남을 하나님과 모세의 만남과 연결해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상당한 통찰력을 제공하는 상상력입니다. 둘째, ‘(세례) 요한이 켜서 비추이는 등불’(5:35)이라는 말씀은 세례 요한이 단순한 종이 아니라 주인의 발걸음을 앞서서 준비하는 수행비서와 같은 존재임을 보여준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등잔불은 자기를 드러내기보다 다른 이가 가야 할 길을 비추는 것이라는 저자의 논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예시라 할 수 있습니다. 셋째, 저자는 예수님을 체포하러 온 사람들이 손에 등잔과 횃불을 들고 있었다는 사실(18:3)에 집중합니다. 그들이 들고 있었던 청동 등잔은 대제사장 세력이 막강한 부를 가지고 로마 문명을 향유했음을 보여주는 그림 언어라는 것입니다. ‘악인의 등불은 악인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악을 도모하는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악인의 등불은 꺼지고의인의 빛은 환하게 빛날 것입니다(13:9, 24:20).

이 책에는 정확한 답을 주지 않는 많은 질문이 나옵니다. 이런 질문들 자체가 의미가 있습니다. 익숙한 성경 본문을 새로운 시각에서 생각해 보도록 이끄는 작은 등불이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상상력 넘치는 해석에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더러는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익숙한 본문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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