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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처럼 자라는 집 - 임형남·노은주의 집·땅·사람 이야기
임형남.노은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6월
평점 :
<나무처럼 자라는 집>이라는 타이틀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나무가 오랜 세월 나이테를 두르며 자라듯, 집도 처음 구상하고 설계하고 지을 때 자라기 시작해, 집주인과 함께 고유한 분위기와 향기를 드러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집이 자란다’는 표현이 참 마음에 듭니다.
이 책은 단순히 집을 짓는 건축 이야기가 아니라 인생 이야기입니다. 사는 것이 이 세상에 자취를 남기는 일이라면, 건축은 삶을 담는 그릇임이 분명합니다. 나도 걸어온 나의 인생이 오롯이 배어있는 소박한 집 한 채 짓고 그곳에서 노년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습니다. 노년에 할 일 없이 편안히 전원생활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평생 살아온 나의 삶을 이어가며 인생의 마무리를 잘 할 수 있는 그런 집을 짓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은퇴 후 시골에 집을 지어 들어가면 집과 삶이 겉돌 수 있겠다 싶어 마음이 조급해지네요. 여건이 허락한다면 은퇴하기 5~6년 전에는 터와 집을 준비하고 조금씩 가꾸며 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다 싶습니다. 인간이든 집이든 세상의 모든 것에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간이 스며드는 법이니까요. 삶의 세월이 스며든 집이라면 잘 맞는 옷처럼 편안할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건축가 임형남, 노은주 부부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EBS <건축 탐구 – 집>에 출연해 전국의 다양한 집들을 돌아보며 집과 건축, 그리고 그 집에 사는 사람과 인생에 대해 말합니다. 책으로 만나니 더 반갑고 건축가들의 생각을 제대로 읽어 낼 수 있었습니다. 건축이 설계도면을 만들어 설계도면대로 뚝딱 짓는 일이 아님을 배웠습니다. 철학이 있는 건축가들은 설계를 요청받았을 때, 무엇을 고민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건축가들은 집주인의 생각, 땅의 위치와 모양, 주변 환경 등 생각해야 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물론 건축자재와 건축비 등 현실적인 제약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건축가보다 집주인일 겁니다. 집은 집주인의 자기실현이니까요. 집은 집주인과 함께 계속 자라날 것이라는 저자의 마지막 말이 인상적입니다. 인생과 집에 대한 멋진 에세이를 읽었습니다. 자신이 꿈꾸는 집을 지어보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실망하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