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을 놓치지 마 - 꿈과 삶을 그린 우리 그림 보물 상자
이종수 지음 / 학고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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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옛 그림을 감상하고 그 가치를 곱씹어보는 책이라 기대하며, 이종수의 <이 순간을 놓치지 마>를 집어 들었다. 첫 번째 그림 감상부터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김홍도의 <마상청앵도(馬上聽鶯圖)>. ‘마상청앵(馬上聽鶯)’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를 듣는다는 뜻이다. 이종수는 이 작품이 자체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봄날의 가벼움을 잘 살린 담채, 날아오르는 꾀꼬리 소리, 흩날리는 버들잎 등등, 봄날의 들뜬 느낌을 너무나 완벽하게 표현했다고 본다. 이 봄의 소리를 듣는다면 설레지 않을 수 없을게다. 작가는 그래서 이 그림을 감상하며 당신의 봄은 무탈한가요라는 제목을 달았다. 나는 이 그림을 보면서 강현국 시인의 시구가 떠올랐다. “큰일났다, 봄이 왔다로 시작되고 반복되는, 그 시 말이다. ‘만물이 꿈틀거리고, 가난한 내 사랑도 꿈틀거린다는 그 시 말이다. 이종수는 두 번째 그림으로 김홍도의 <추성부도(秋聲賦圖)>를 택했다. 쓸쓸한 가을바람이 그림 속 시인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었을지 기가 막히게 묘사했다. 이는 김홍도 자신의 마음과 깨달음을 표현한 것이다. 노년에 고단한 삶을 살며 중병에 들었던 화가는 그 초라함과 고단함, 나이 들어감을 견디고 있다고, 이종수는 김홍도의 마음을 고스란히 글로 옮겨 놓았다.

이렇게 책 머리의 두 작품 해설과 감상을 읽다 보니, 저자 이종수의 이력이 궁금해졌다. 국문학과 미술사학을 공부한 저자는 시공간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안목과 인간미에 주목하는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라고 책날개에 소개되어 있다. 작가의 소개가 과장된 것이 아님은 이 책을 읽는 순간 확인할 수 있다.

이종수는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작품 중에서 자신이 마음의 보물로 삼은 것들을 이 책에 모아 놓았다. 자신이 이런 작품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결국 그림의 이야기가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마음에 들어온 그림들을 세 가지 주제(이상, 현실, 역사)로 묶었다. 꿈을 보여주는 그림으로 산수화와 사군자, 삶 속에서 만나는 장면들을 그린 산수화와 민속화, 기록으로 의미가 남다른 기록화와 초상화와 기념화 등이다. 마지막 편에서는 외국의 문화재가 되어버린 우리나라의 보물과 같은 작품들과 보물로 선정되지는 않았지만, 작가의 마음 속에 보물로 남아있는 작품들을 소개한다. 마지막에 소개된 조희룡의 <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와 장승업의 <호취도(豪鷲圖)>의 잔상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이종수의 <이 순간을 놓치지마>에서 만난 우리 그림은 분명 꿈과 삶을 그린 보물상자가 맞다. 보물 상자를 열어본 순간 너무나 행복했다. 가끔 들추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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