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고 데이 - 하나님의 모습을 찾아서
구유니스 지음 / 비엠케이(BMK)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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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고 데이>는 저자 구유니스가 20세기 화가들이 그린 성화를 보면서 그리스도교 신앙에 관해 질문하고 답한 내용을 오롯이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인 이마고 데이(Imago Dei)’는 하나님의 형상을 뜻하는 라틴어로, 하나님을 알고자 하는 저자의 믿음이 담겨 있다. 그는 겸손히 고백한다. 우리가 하나님에 대해 무엇인가 명확히 아는 것이 있다 할지라도 그것은 언제나 부분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모습을 알 수 있고, 성서와 성화들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하나님의 모습을 알아간다.

이 책은 교회의 영향력이 약해진 때 종교미술을 추구한 화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저자가 작품을 감상하고 작품과 관련된 성경 구절을 묵상한 것을 차분하게 기록해 놓았다. 기대했던 것보다 깊이가 있어서 큰 감동이 밀려왔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마르크 샤갈과 조르주 루오의 작품들을 보여주며 성경 내용을 연결시켜 놓은 것들이 신앙의 본질을 묵상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마르크 샤갈의 <아브라함>을 보자(p. 16). 웅크린 채 미동도 하지 않는 아브라함의 몸, 그 옆에 놓여있는 물항아리와 지팡이, 아브라함 위에 그려진 천사, 등등.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하는 볼 수 있는현실과는 달리 하늘 천사의 모습에서 발견하는 보이지 않는 현실의 역동성이 너무나 인상 깊었다. 저자는 성경 구절을 인용한다. “내 영혼이 연약할 때 주님은 내 갈 길을 아십니다”(시편142:3).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 한참을 생각하게 한 훌륭한 작품 감상이었다.

이 책 곳곳에 실린 독일 화가 오토 딕스(Otto Dix)의 작품들도 강렬하게 남는다. <베드로를 제자로 부르시는 예수>,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 <최후의 만찬>, <베드로와 수탉>, . 이 책 덕에 오토 딕스가 어떤 화가인지 찾아보았다. 2차 세계대전 후 종교적 주제를 다룬 그의 작품들은 성경과 신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잘 반영해주고 있다. <최후의 만찬> 작품에 대한 저자의 해설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군더더기 없는 마지막 만찬의 식탁에 흐르는 절박함, 선한 빛의 그리스도 외에는 세상의 욕망들이 완연한 얼굴을 한 제자들의 모습을 표현함으로써 오토 딕스는 인간의 근본적인 본성을 잘 표현했다. 이 책, 정말 매력적이다. 이 책에 소개된 작품의 해설과 감상 하나하나, 어디 버릴 것이 없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체와 깊이 있는 내용이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 책의 내용 전체가 좋았지만, 그래도 압권은 조르주 루오와 함께 사순절과 고난주간과 부활절에 그리스도교 신앙을 묵상할 수 있게 편집한 것이다. 지금은 사순절 기간이다. 주일을 앞둔 토요일 저녁마다 이 책을 펴 놓고 조르주 루오의 그림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이 서평을 쓰는 날에는 사순절 넷째 주일 그림과 글을 묵상한다. 조르주 루오의 <성지>(p. 124)는 마치 창을 통해 예루살렘을 바라보는 듯하다. 루오는 태양 빛 가득한 평화로운 생명력이 느껴지는 예루살렘을 그렸다. 하지만 그 예루살렘은 수난과 죽음의 장소이기도 하다. 예수가 스스로 십자가의 길을 걸어감으로 하나님과 인간이 화목할 수 있는 길을 여신 것이다. 올해 부활절까지 내 책상 오른편에 놓인 이 책을 자주 들추어 보면 예수가 걸어간 십자가의 길을 따라갈 것이다. 사순절과 고난주간, 부활절을 경건하게 보내길 원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책을 마음 다해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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