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우 「피로교회를 넘어 필요교회로」 (CUP, 2022)

피로교회를 넘어 필요교회로 - 함께 고민하고 싶은 일과 쉼 이야기
이연우 지음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22년 2월

죄로 인해 뒤틀린 이 세상에서 개인은 무한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좌절과 분노를 경험한다. 이 책의 저자는 왜곡된 세상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승자독식의 피라미드 세상, 돈이 최고인 사회에서 피라미드의 정점에 올라서기 위해 무한긍정을 외치며 자기 자신을 착취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여기에는 어떤 ‘쉼’도 없다. 스트레스를 풀고 자신을 위로한답시고 마구 소비한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나는 소비한다. 그래서 존재한다’는 비정상적 인생철학을 배우고 이로 인해 결국 각자의 개성을 잃은 채 획일화되고 안식 없는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왜곡된 세상의 모습이 교회 안에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는 점이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말씀은 기복 신앙의 구호로 전락했다. 교회도 외적 성장이라는 덫에 빠져, 신앙생활을 무한 경쟁으로 만들었다. 끝없는 비교와 경쟁 속에 ‘고지론’을 주장하며 누군가를 밀어내고 있다.

이러한 현실 파악 속에서 저자는 어떤 대안을 제시하는가? 저자는 ‘온전한 쉼’을 이야기한다. 세상의 빠름과 편안함이 참된 쉼을 보장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빨라지고 간편해졌을 때, 우리는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을 뿐이다. 교회에서도 성장과 성공의 욕망을 믿음으로 포장하여 강요할 수 있다. 따라서 온전한 쉼은 하나님께 달려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며 다음 네 가지를 실천할 만하다. 첫째는 ‘멈춤’이다. 욕망이 아니라 건전한 욕구 충족을 위해 일단 멈추는 것이다. 탐욕이 언제 어떻게 작동할지 모르니 규칙적으로 멈춰야 한다. 둘째는 ‘점검’이다. 개인적으로 또는 공동체적으로 함께 일과 쉼에 대해 듣고 말하고 실천해 보는 것이다. 예배하기 위해 멈추고, 말씀을 보고 기도하며 소그룹으로 함께 모이는 것이다. 셋째는 ‘거울 되기’다. 우리의 모습을 솔직히 직시하고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누군가 죄를 범했을 때 정죄만 하지 말고 그런 범죄를 하게 한 상황, 환경, 구조에 초점을 맞춰볼 필요가 있다. 넷째는 ‘연어 되기’다. 세상이 살아가는 방식과 정반대의 삶의 방식을 공동체가 함께 연습해 보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 달라도 그 다름 때문에 함께 만나는 ‘모임’을 연습해야 한다. 그 모임 속에서 용감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망가짐’도 연습할 필요가 있다.

이 책, 신앙의 열심을 내지만 교회에서 쉼을 누리지 못하고 피곤하고 지친 이들에게 쉼의 공동체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구체적인 대안은 아니지만 기본 정신과 가치는 분명하다. 제도권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읽어 보길 권한다. 4장 마지막에 실린 도종환 시인의 <담쟁이>가 인상적이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