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셀라스 「에피쿠로스의 네 가지 처방」 (복복서가, 2022)

에피쿠로스의 네 가지 처방 - 불안과 고통에 대처하는 철학의 지혜
존 셀라스 지음, 신소희 옮김 / 복복서가 / 2022년 2월

나는 오래전 알랭 드 보통의 <삶의 철학 산책>(생각의 나무 刊)을 통해 에피쿠로스의 사상에 대한 선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존 셀라스의 <에피쿠로스의 네 가지 처방>을 읽으면서 이제 에피쿠로스의 철학에 대해 확실히 알고 남에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존 셀라스는 철학교수로 헬레니즘 시대의 철학, 특히 스토아 철학의 대가인 듯하다. 이 작은 책에 에피쿠로스의 철학은 이렇게 알차게 담아낼 수 있다니,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 책은 삶의 치료책으로서의 에피쿠로스 철학을 소개하면서, 이 철학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아타락시아’를 설명한다. 또한 ‘아타락시아’에 이르려면 인생에 꼭 필요한 것들을 분명히 하고 삶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세상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자연을 탐구하는 것이 중요함을 역설한다.

이 책에서 배운 바를 나름대로 정리해 본다. 에피쿠로스에 따르면, 인생이란 매우 단순해서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을 피하는 것이 전부다. 종종 에피쿠로스가 무분별하게 쾌락을 추구하는 방종한 삶을 가르친 것처럼 오해하는데, 에피쿠로스와 그 추종자들은 방탕한 삶을 산 자들이 아니었다. 그는 쾌락을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먹는 행위 같은 동적 육체적 쾌락, 배고프지 않은 상태 같은 정적 육체적 쾌락, 친구들과 대화하면서 누리는 동적 정신적 쾌락,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정적 정신적 쾌락이다. 가장 중요하게 추구할 것은 불안도 걱정도 없는 정적 정신적 쾌락이며, 이런 상태를 ‘아타락시아’(평정, 근심없음)라고 말한다.

에피쿠로스가 이런 정적 정신적 쾌락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가 삶에서 느끼는 대부분의 고통은 우리가 자초한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죽음이 오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은 지레짐작으로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죽음에 대해 좀 더 철학적으로 성찰해 보자. 에피쿠로스는 우리는 결코 죽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유는 명쾌하다. 죽은 뒤엔 우리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죽음을 경험할 수 없고, 죽은 뒤에는 자신의 죽음을 인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죽음의 과정에서 수반되는 고통을 두려워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깊이 생각해보면, 죽음의 과정에서 찾아오는 육체적 고통은 대부분 참을 만할 정도로 약하다. 아니면 참지 못할 정도의 고통은 매우 짧은 순간에 끝난다. 또한 육체적 고통은 정신적 고통보다 훨씬 낫다. 죽음은 우리 인간이 유한한 존재임을 드러낼 뿐이다. 따라서 지금 혹은 오늘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지혜로운 삶의 방식이다. 이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 오늘을 즐겨라)이라는 경구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낭비하지 말고 하루하루 충만한 삶을 살라는 도전이다.

에피쿠로스와 그의 추종자들은 ‘원자론자’였다. 모든 존재하는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본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원자들이 다양한 형태로 조직된 것이다. 오늘날로 말하면 그들은 유물론자들이다. 이런 원자들은 인간의 의지와 관계없이 움직이고 형태를 갖추고 또한 소멸한다. 따라서 물질을 얻는 것으로 행복에 이르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그것을 깨닫지 못하기에 걱정하며 삶을 낭비한다는 것이다. 에피쿠로스는 단순하고 소박한 생활에서 충만함과 평온함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행복 혹은 쾌락에 필수적인 것은 우정, 자유, 철학적 사색, 간단한 빵과 오두막과 걸칠 수 있는 옷 정도다. 에피쿠로스의 철학을 배우면서, 지금 나는 너무 탐욕스럽게 물질적인 것들만 추구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본다. 유물론자였던 에피쿠로스는 소박하고 단순한 삶을 통한 행복을 추구했는데, 신을 믿는 나는 오히려 물질적이고 육체적인 것을 추구하고 이로 인해 근심 걱정에 사로잡혀 있으니, 이런 아이러니가 어디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