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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 모리 -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질문에 답하다 ㅣ 이어령 대화록 1
이어령 지음, 김태완 엮음 / 열림원 / 2022년 1월
평점 :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이어령 교수와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1부. 2021년 12월’은 <국민일보>에 게재된 글들이다. 故 이병철 회장의 24가지 질문을 정리하여 간단히 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 교수는 ‘코로나 패러독스(corona paradox)’를 말한다. ‘코로나’는 왕관을 뜻한다. 그렇게 모든 사람이 우러러보는 것이 우리를 괴롭히는 죄악의 팬데믹이 되었다. 인간이 쌓은 문명과 문화가 허망하게 무너지고 있으며, 그동안 인간은 생명의 귀중함을 잊고 살았다. 교만한 인간은 자신이 죽는 존재임을 잊고 살아 온 것이다. 이것을 절실히 느끼게 한 것이 코로나 팬데믹인 것이다.
‘2부. 2019년 7월~10월’은 <월간조선>에 연재한 원고를 수정 보완한 글들이다. 24가지 질문에 대해 좀 더 깊게 사색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그는 ‘글쟁이’답게 많은 비유와 이야기를 통해 신, 인간, 삶과 죽음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죽음이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인슈타인은 ‘더 이상 모차르트의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되는 것’이라고 답했단다. 물리학자가 아니라 모차르트의 음악에 감동할 줄 아는 영혼을 지닌 인간이 죽음에 대해 한 말이다. 우리는 신이나 죽음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what’이 아니라 ‘how’와 ‘when’ 혹은 ‘where’로 파악해야 한다. 인간의 지성으로는 신, 삶, 죽음, 믿음, 등을 온전히 파악할 수 없다. 피조물인 인간은 ‘만든 이’의 의도를 다 알 수 없다. 소크라테스가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듯, 우리는 ‘무지(無知)의 지(知)’를 가져야 한다.
‘3부. 2021년 5월’도 <월간조선>에 실린 글을 수정 보완한 것인데, 코로나 팬데믹이 주는 교훈을 차근차근 들려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우리는 실존적으로 ‘죽음’을 겪고 있다. 코로나19는 죽지 않는 존재는 하나님뿐임을 망각한 인간들에게 ‘메멘토 모리’(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를 외친다. 마지막 ‘4부. 스물네 개의 질문을 마치고’는 영성에 관한 깊은 대화를 기록해 놓고 있다. 내가 이 서평을 쓰는 시각 2022년 2월 26일 오후, 이어령 교수가 향년 89세로 별세했다는 뉴스가 들린다. “이 시대의 최고의 지성”으로 불린 분의 마지막 대담을 읽으며, 내 마음 깊은 곳까지 ‘메멘토 모리’가 들리는 듯하다. 마음으로 고인의 빈소에 꽃 한 송이를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