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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지음, 윤순식.원당희 옮김 / (주)교학도서 / 2022년 2월
평점 :
철학은 질문이다.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세심하고 지속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철학을 통해 삶의 의미를 곧장 찾을 수는 없어도, 철학자들이 질문에 답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삶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책의 제목부터 마음에 든다. <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 이 책의 저자 R. D. 프레히트는 현대 독일 철학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철학자답게 독자 앞에 34가지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그 질문을 세 가지 카테고리로 묶었다. 첫째,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둘째,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셋째, 내가 희망해도 좋은 일은 무엇인가?
첫 번째 카테고리의 질문들은 인식론과 관련된 문제다. 저자는 단지 사변적 철학적 탐구만 하지 않는다. 진화론과 정신의학, 심리학, 뇌과학의 연구까지 언급한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뇌의 작동법, 감정, 무의식, 기억, 언어와 같은 문제를 생각하게 된다. 두 번째 카테고리의 질문들은 도덕 윤리와 관련된 문제다. 사람들은 왜 타인을 돕는 것일까? 그리고 꼭 선하게 살 필요가 있는가? 도덕은 교육에 의한 것일까, 타고나는 것일까? 현대 사회에서 큰 사회적 이슈이며 갈등 요인인 낙태와 안락사, 육식과 채식, 자연 보호, 인간 복제와 같은 문제들도 생각하게 한다. 세 번째 카테고리의 질문들은 삶에서 근본적으로 부딪히는 문제들인 종교, 사랑과 자유, 정의, 행복 등에 관한 것들이다.
이 책은 표지 부제목처럼 “소크라테스에서 뇌과학까지 삶의 의미를 찾는 철학 여행”을 인도하는 안내서다. 수많은 질문을 다루기에 조금은 가볍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깊이가 있고 묵직하다. 질문하는 능력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고 하지 않는가? 질문하고 또 질문하며 빠른 답변에 만족하지 않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다. 이 책은 독자를 철학적 존재로 세워준다. 누구나 한 번 즈음은 나는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질문하게 된다.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를 때, 이 책과 함께 흥미로운 철학 여행을 떠나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