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젖어 - 나는 위로해 주었던 95개의 명화
손수천 지음 / 북산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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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손수천이 누구인지 전혀 모른 채 앞뒤 표지 그림(존 에버렛 밀레이의 <나의 첫 번째 설교>, <나의 두 번째 설교>)에 끌려 책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책 속에는 표지 그림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단지 존 에버렛 밀레이의 다른 작품 <1746년의 방면 명령>에 대한 설명만 있을 뿐이다(pp. 240~242). 이 책은 작품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작품을 통해 자신의 삶에서 겪은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아련한 추억들을 들추어낸다. 그림을 감상하는 방법 중 하나는 화가와 작품의 역사적 배경을 살펴본 뒤에 작품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에 동의하는 나는 이 방식을 선호한다. 그런데 이 책은 이런 방식의 감상 방법은 아주 조금 나온다. 대부분 작가가 그림을 접하면서 떠오른 자기 삶의 단편들을 이야기한다. 이런 방식으로 작품을 감상할 때, 감상자는 자신의 삶에서 겪은 아픔과 상처를 스스로 드러내 치유하게 된다.

저자가 첫 번째 소개한 작품은 중고등학교 미술책에도 등장하는 피에트 몬드리안<구성A: 검정, 빨강, 회색, 노랑, 그리고 파랑의 구성>이다. 직선으로 경계 지어진 불규칙한 네모 칸 안에 몇 가지 원색이 칠해져 있는 이 작품이 작가를 위로해 주었다고? 작가가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겪었던 일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본인은 검정을 너무 좋아해서 칠했는데, 선생님이 검정을 많이 칠하면 칙칙해서 좋지 않다고 말씀하셔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단다. 그는 몬드리안의 작품을 보면서 이 투라우마가 해결되었단다. 이 작품의 검정 네모이 작가의 마음을 따뜻화게 앉아줬다는 것이다. 그렇다. 작품 감상은 정해진 답이 없다. 보는 자가 느끼면 되는 것이다. 그림을 보다 떠오른 자신의 삶의 단편들을 추억해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비토리오 마테오 코르코스<작별>을 보며 10여 년전 포항에서 한 여인에게 프로포즈했던 장면을 떠올린다. 클로드 모네의 <임종을 맞은 카미유>를 보면서, 자신의 돌아가신 할머니를 기억하는 한, 할머니는 자신 곁에 영원히 살아계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작가의 개인사와 개인적인 감상을 읽으며, 종종 나의 삶도 중첩되어 떠오르곤 했다. 미술 작품을 공부하듯 논리적으로 대하기보다, 작품 하나 하나를 오래 찬찬히 들여다보며 떠오르는 단상들과 추억들을 즐기는 것도 훌륭한 미술 감상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림은 우리 인생의 이야기이니, 아마도 이런 접근법이 훨씬 우리를 미술의 세계로 가까이 인도할 것이다. 특히 마음이 울적하거나 허전할 때 미술의 세계로 들어가면 위로받고 삶의 의미도 찾게 되지 않을까? 차분하고 따뜻한 책 읽기와 미술 감상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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