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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소장품 -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 소설집 ㅣ 츠바이크 선집 (이화북스) 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2년 1월
평점 :
슈테판 츠바이크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를 읽고, 그에게 매료되었다. 이 책에서 그는 소설가의 상상력을 더해 역사적 인물들을 생생히 묘사했다. 이 책은 역사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글을 넘어 놀라운 문학작품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 큰 감흥을 경험한 나는 그의 단편 소설 모음집, <보이지 않는 소장품>을 설레는 마음으로 집어 들었다. 역시나 굉장한 흡입력이 있다. 이 모음집은 그의 중단편 소설 여섯 편을 발간 순으로 묶었다. 책 마지막에 있는 ‘해설’에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생애가 아주 흥미롭게 기술되어 있고 여섯 편의 소설의 배경과 의미를 간략히 소개하고 있다. 해설을 먼저 읽고 각 단편 소설을 읽으니 내용이 쏙쏙 들어와서 독서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역시나 슈테판 츠바이크다! 세 작품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세 번째 비둘기의 전설>은 성서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 이야기 속의 비둘기를 소재로 대홍수가 아니라 전쟁으로 세상이 망할 수도 있겠다는 저자의 심정을 표현했다. 불타는 대지 위를 날며 평화의 땅을 찾아 헤매는 비둘기는 작가 자신을 묘사한 것이 아닐까 싶다. 젊은 시절 전 세계를 여행하였던 작가는 1, 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부서진 그의 내면세계를 드러내고 평화를 희망하는 그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리라. <모르는 여인의 편지>는 <세 번째 비둘기의 전설>보다 더 분명히 작가의 사적인 삶과 연관되어 있다. 주인공 R은 여성 편력이 심한 소설가다. 이 소설은 R의 기억에서조차 남아있지 않은 여인 마르셀이 삶의 마지막을 앞두고 R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 내용이 소설 전체를 이루고 있다. 이 단편은 작가가 상처를 주었던 여성의 관점에서 자기 자신을 묘사한 비판적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소장품>이 나에게는 가장 인상적이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혹독한 인플레이션을 겪는 독일 상황에서 예술품 소장가인 눈먼 노인과 그의 가족 이야기가 감동적으로 묘사되었다. 가족의 의미와 미술작품의 치유적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따뜻한 휴머니즘적 소설이다.
슈테판 츠바이크, 그는 인간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정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전기 작가일 뿐 아니라 훌륭한 소설가다. 그의 글들은 역사책이든, 평전이든, 소설이든 믿고 읽을 만하다. 역사와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그의 단편 소설집을 권한다.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