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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 -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의 인생 수업
에디 제이쿠 지음, 홍현숙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1년 12월
평점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은 저자 에디 제이쿠가 독일계 유대인으로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이야기다. 나는 이미 ‘로고테라피’(Logotherapy)의 주창자 빅터 플랭클 박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오랫동안 미국 논술 교재로 사용된 시몬 비젠탈의 <해바라기>, 아우슈비츠의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를 읽은 터였다. 이런 책들을 처음 읽었을 때,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들이 보여준 다양한 반응을 접하면서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철학적인 생각을 많이 했었다. 이미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많이 접했기에, 자서전 성격이 강한 이 책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다만 김형석 교수님가 쓴 ‘추천의 글’을 보고서 이 책을 읽고 싶어졌다.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 나는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고 사람들에게 실망했었다. 일과 인간관계에 지쳐있었다. 심신이 피곤해 다 내려놓고 시골로 가고 싶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행복은 선택할 수 있는 것”(p. 15)라고 말한다. 보통 자기계발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문장이다. ‘1장. 돈보다 귀한 것’에서 저자는 “사람은 그 자체로 그가 가진 재산보다 더 귀하다”(p. 26)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소개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지당한 말씀’이라고 무덤덤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저자의 처절한 생각과 행동들을 보면서 깊은 감동이 밀려왔다. 저자는 나치의 눈을 피해 다락방에서 온 가족이 함께 지냈던 시기가 자기 생애 최고의 시절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모든 것을 박탈당한 뒤에도 서로의 존재에 감사하는 친구가 있으면 세상은 전혀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고 확신한다. 그는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이 서서히 도덕성을 잃고 인간성마저 상실함을 간파했다. 그는 자기를 괴롭히고 죽이려 한 자들까지도 증오하지 않는다. 그들은 두려움에 압도된 것뿐이고 자신도 마찬가지로 겁먹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유대인이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저자도 그런 충동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행복한 삶을 살게 된 것은 우정, 일, 가족 때문이었다. 특히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고 첫아들을 낳았을 때, 그에게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날 나는 앞으로 생애 마지막 날까지 행복하고, 예의 바르며, 남을 돕는 친절한 사람이 되겠다고 나 자신과 약속했다. 또한 웃으며 살겠다고.”(p. 215). 저자가 덕담처럼 들려주는 글귀가 오래 가슴에 남는다. “함께 나눌 사랑으로 언제나 충만하시기를, 남아돌 만큼 건강하시기를, 그리고 서로 아껴주는 친구들로 넘쳐나시기를”(P. 243). 읽는 내내 마음이 뭉클하고 따뜻해졌다. 이 책이 나를 일으켜 세워 희망차게 새해를 열게 해 주었다. 올해 읽은 책 중에 최고로 감동을 준 책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삶의 용기와 희망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