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시민 불복종」 (현대지성, 2021)

월든·시민 불복종 (합본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41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이종인 옮김, 허버트 웬델 글리슨 사진 / 현대지성 / 2021년 12월

이 책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대표적 저서, <월든>과 <시민 불복종>을 한 권으로 만나는 즐거움을 준다. 책 뒷부분에 실린 ‘해제’에 따르면, 월든 호숫가에서 2년 이상을 살면서 <월든>의 초고를 쓰던 소로는 주민세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되어 감옥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그는 정부의 역할과 잘못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흑인노예제’에 대한 저항운동을 옹호하면서 <시민 불복종>이라는 글을 쓰게 된 것이다. 작품의 역사적 배경을 알고 글을 읽으니, 저자의 의중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월든>과 <시민 불복종>을 한 권으로 묶은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두 권의 책을 통해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삶과 사상을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저 유명한 <월든>은 이미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 출판한 책이다. 나는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한 <월든>을 두 권이나 가지고 있다. 그런데 ‘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로 출간된 이 세 번째 책이 가장 마음에 든다. ‘현대지성’에서 펴낸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월든 호수와 숲, 집, 바위 등과 같은 사진들이 생생하게 담겨있어서, 소로의 글을 읽으면서 ‘월든’을 마음으로 그려볼 수 있다는 데 있다. 물론 이 사진들은 소로 사후 1900년도 초에 찍은 사진들이지만, 작가가 살았던 ‘월든’을 상상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또 번역이 잘 된 책이다. 번역가 이종인이 ‘해제’까지 썼는데,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책 맨 뒤에 있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연보’를 확인해 보는 것도 소로를 알아가는 데 유익하다.

이전에는 <월든>을 자연에서 평화롭게(?) 살고픈 사람들에게 그 꿈을 키우고 실행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소로의 체험담 혹은 자서전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이번 독서를 통해, <월든>이 문학작품이며 더 나아가 훌륭한 철학서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가는 자연과 함께 살아온 생활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생의 목적과 삶의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간은 어떻게 신적인 존재로 고양될 수 있을까? 그는 땀을 흘리는 노동과 검소하고 단순한 삶을 추구함으로 독립적인 인생을 추구했다. 작가가 <월든>에 살았던 것은 평화로운 삶을 꿈꾸었기 때문이 아니라, 인생의 ‘실재’를 경험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월든>이 철학책으로서 혹은 문학작품으로서 얼마나 가치 있는지를 알게 된 독서였다. 자신의 삶을 어떻게 끌고 갈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