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 생의 마지막 도전 - 황혼이 깃든 예술가의 성 베드로 대성당 건축 분투기
윌리엄 E. 월리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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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하면, 제일 먼저 그의 조각 작품들이 떠오른다. <모세>, <다비드>, <피에타> 등등. “조각 작업은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 그의 말 또한 유명하다. 그의 조각 작품 외에도 그의 벽화 또한 유명하다. 시스티나 성당 벽화인 <천지창조><최후의 심판>, 등등. 이 위대한 예술가에 대해 이 정도의 단편 지식을 가지고 있는 나는 세계적인 미켈란젤로 권위자 윌리엄 윌리스가 쓴 <미켈란젤로, 생의 마지막 도전>을 통해 노년의 미켈란젤로를 만날 수 있었다.

저자는 오랜 세월 미켈란젤로를 연구하면서 그의 생애 마지막 20년이 조명받지 못한 이유를 생각해 본다. 이 예술가가 생애 전반기에 획득한 명성 때문에 그의 만년이 주목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미켈란젤로의 만년도 청장년 시절 못지않게 모험적인 삶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켈란젤로의 예술적 성취보다도 그의 삶에 더 집중한다. 미켈란젤로는 노년에 로마의 베드로 대성당의 건축에 모든 힘을 쏟았다. 그러면서 여전히 몇몇 작품들을 조각했다. 이 책에서 나에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그의 <피에타> 제작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그의 초기 <피에타> 작품은 익히 알고 있었다.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이 작품을 보고 전율에 감싸여 한참을 머물러 있었던 적이 있다. 이 작품은 본래 무덤 장식용으로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되었다. 저자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미켈란젤로는 이 작품의 유랑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이제 무덤이 아니라 제단을 장식하는 <피에타>의 의미와 기능 변화에 대해 무슨 생각을 했을까?”(pp. 235~236) 후에 미켈란젤로는 마리아와 그리스도만 나오는 피에타가 아니라, 네 명이 나오는 피렌체 <피에타>를 조각한다. 이 작품에는 막달라 마리아와 니코데모가 있다. 미켈란젤로는 니코데모에게 자신을 투영한 것일까? 니코데모처럼 그는 죄의 용서를 희망하며 구원을 추구하는 순례자로서 자신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이 작품을 완성하지 못한다.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의 조수 칼카니가 완성한다. 이 조각상은 미켈란젤로에게 인생의 무상함과 덧없음을 연상시키고, 예술의 무용성을 일러주기도 했을 것이라고, 윌러엄 윌리스는 상상한다. 이 책에서 나는 미켈란젤로가 조각했던 제 삼의 <피에타>를 소개받았다. 그가 죽기 며칠 전까지도 론다니니 <피에타>를 작업했었단다. 이 작품도 결국 미완으로 끝났다.

미완으로 남겨진 미켈란젤로의 작품은 상당히 많다. 사실, 성 베드로 대성당도 미켈란젤로의 생애에 완공되지 못했다. 그 성당이 시공해서 완공되는 데는 150년의 세월이 걸렸다. 하지만 그는 대성당 짓는 일에 전심전력했다. 생애 후반 미켈란젤로는 청장년기의 독창적 작품 제작보다는 엄청난 용기와 모험으로 자신이 살아생전에 완성하지 못할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노년의 그에게 산다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예술은 그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 신이 그에게 준 삶의 의무를 마지막까지 묵묵히 감당한 미켈란젤로! 그는 신을 향한 사랑과 구원을 추구하는 순례자의 삶을 살아낸 것이다. 나는 이 묵직한 책을 통해 인간 미켈란젤로를 만났다. 그리고 노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위대한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알아가는 기쁨에 더해, 인생을 생각하는 의미 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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