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 최신 버전으로 새롭게 편집한 명작의 백미, 사자의 심장을 가져라!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민우영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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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고등학생 때 <노인과 바다>를 읽으면서 줄거리가 단순해서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주인공 산티아고는 늙고 지쳤다. 84일간이나 제대로 된 고기를 낚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홀로 갈 수 있는 만큼 먼 바다로 나가서 엄청난 크기의 청새치를 낚는다. 배에 실을 수가 없어 배 옆에 묶어 돌아오는 길, 상어 떼를 만났다. 그가 항구에 돌아왔을 때는 청새치의 머리와 뼈만 남았다. 이것이 줄거리의 전부다. 하지만 이번에는 천천히 읽으면서 인상적인 장면을 표시하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밑줄 쳐 보았다. 마음에 남는 문장들이 이렇게 많을 줄 기대하지 않았는데, 깜짝 놀랐다.


주인공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소년은 의자에 앉은 채 잠든 노인의 어깨에 담요를 덮어 준다. 헤밍웨이는 이렇게 묘사한다. “그 어깨는 무척 늙어 보였지만 아직도 힘이 있는 이상한 어깨였다”(p. 36~37). 후에 잠에서 깬 노인은 웃으며 말한다. “나이가 들면 왜 그렇게 일찍 잠이 깨는 걸까? 영원히 잠들 시간이 가까웠으니까 하루하루를 좀 더 보람되게 보내라는 걸까?”(p. 44). 작가는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을 말하고 싶은 게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늙고 가진 것이 없다고 탄식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 인간은 살아있는 한 자신이 하는 일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산티아고는 천상 어부다. 그는 바다를 큰 은혜를 베푸는 여성적 존재로 생각한다. 그에게 있어서 바다는 어머니이며 애인이다. 바다를 떠나서는 아무런 삶의 의미가 없는 것이다. 청새치를 만났을 때, 그는 말한다. “난 너를 사랑한다. 너를 아주 존경한다. 그렇지만 오늘 중으로 반드시 너를 죽이고야 말겠다”(p. 87). 그는 굴복하거나 포기할 줄 모른다. 휘파람새가 배의 고물에 날아와 앉자, “푹 쉬어라. 그런 다음 열심히 날아가서 되든 안되든 모험을 해 보거라”(p. 89)하며 말을 건넨다. 그렇다. 삶은 모험이다.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역경을 헤쳐나가야 한다. 때로 손에 쥐는 결과물은 초라해도, 모험의 여정 속에 분투하는 것 자체가 놀라운 축복이다. 노인은 바다에서 물속 깊은 색깔의 광채, 물의 파동, 구름, 물오리 떼 등을 보면서 자신이 결코 외롭지 않음을 알았다. 우리네 삶도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이렇게 삶에 대해 깊은 자긍심, 용기와 인내, 죽음에 대해 멋진 이야기를 한 작가가 62세의 나이로 자택에서 엽총에 의한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 안타깝고 허망하다. 이 책 마지막 문장은 희망으로 끝나고 있는데 길 위 오두막집에서는 노인이 다시 깊은 잠에 빠져 들고 있었다.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p. 188). 하긴, 청새치를 낚고 상어와 싸우는 노인의 모습에서 불굴의 의지와 용기뿐 아니라 절대적인 고독과 허무감마저 느껴진다.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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