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떻게 잘 잃을 것인가 - 상실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
사카구치 유키히로 지음, 동소현 옮김 / 에디토리 / 2021년 11월
평점 :
이 책의 저자 사카구치 유키히로는 ‘죽음학’과 ‘비탄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를 연구하고 강의하는 교수입니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상실을 경험합니다. 모태에서 나오는 순간 우리는 모태를 잃는 것이죠. “상실을 경험하지 않고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와 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항상 잃으며 사는 게 인생이라면 어떻게 잘 잃을 것인지 질문하는 것은 삶의 지혜라 생각합니다. 저자는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비통한 상실감을 느낀다는 것은 그만큼 진심으로 소중하게 여긴 무언가가 있었다는 말”(p. 6)이라고, 상실의 긍정적인 측면을 알려줍니다. 분명, 우리는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는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먼저 상실의 다양한 모습들을 담담하게 들려줍니다. 반려동물은 언제나 우리 곁을 먼저 떠나고, 사랑해서 결혼했어도 이혼의 상실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병으로 인해 삶의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늙으면서 몸의 건강을 잃게 되죠. 상실은 매일 다양한 얼굴로 우리에게 찾아옵니다. 이렇게 찾아온 상실들로 우리는 때로 비탄에 빠집니다. 하지만 비탄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죽음을 애도하는 방식도 문화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일 것입니다. 상실과 마주하는 방식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상실에 대한 슬픔이 길어질 수도 있고 때로는 분노할 수도 있습니다. 그 어떤 방식이라도 상실을 마주하는 자세는 언제나 존중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상실을 통해 꼭 성장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책은 상실의 다양한 모양과 의미들, 상실의 영향들, 상실과 대면하는 방식들, 상실 후에 일어나는 일들을 진솔하게 말합니다. 상실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도 조언해 주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잃어버리리 전 그 가치를 알려고 노력한다거나, 상실의 방식을 미리 생각하고, 남겨진 자들을 위해 준비할 것들도 생각해 보게 합니다. 상실을 생각하는 것은 의미 있게 인생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일입니다. 이 책, 마음에 듭니다. 너무 철학적이지 않으면서 삶의 본질과 삶의 방식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