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가 나를 바꾼다 - 글씨를 보면 사람이 보인다
북카라반 편집부 지음 / 북카라반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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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천재는 악필이라 말하며 글씨체에 별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글씨는 곧 그 사람의 성품이라는 말에 도전받습니다. <손글씨가 나를 바꾼다>라는 책 제목처럼 이 책을 따라 한 글자 한 글자 쓰다 보면 나를 바꿀 수 있을까요?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일에 익숙하다 보니 직접 펜으로 글씨를 쓰는 일은 매우 드물어졌습니다. 아니 어색해졌고, 펜을 들고 쓰는 일이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자꾸 빨리 쓰려 하니 글씨는 삐뚤빼뚤하고, 성에 차지 않습니다. 예쁜 글씨는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읽어볼 만한 글씨체가 되길 바라며 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정말이지 사람들의 시선을 끌만큼 멋지고 사랑스런 글씨를 욕심내기보다 적어도 남들이 알아볼 수 있는 글씨를 쓰고 싶었습니다. 책에다 내 생각을 휘갈겨 쓰고는 나중에 내가 뭘 썼는지도 조차 파악하지 못할 때도 가끔 있습니다. 이 책은 글씨의 아름다움보다는 정확성을 추구합니다. 나 같은 사람에게 제격인 셈이죠.

이 책은 원리편, 실전편, 종합편, 이렇게 세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독성 좋은 글씨를 쓰려면 글쓰기의 원리를 잘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글자의 넓이와 높이와 간격이 일정해야 합니다. 글씨가 안정감이 있고, 다른 글자와 조화를 이루어 정돈된 느낌을 주어야 합니다. 삐침이 있는 직선과 없는 직선을 구별해서 연습해 봅니다. 한글의 사대 요소인 세로선, 가로선, 대각선, 을 이루는 여덟 글자는 , , , , , , , 입니다. 이것들을 써 보았는데 만족할 만하지는 않군요. 그래도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써 보았습니다.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고, 뭔가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실전편은 한 글자보다는 단어쓰기를 연습함으로 글자와 글자 사이의 간격이나 높낮이 등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만들었습니다. 공자의 나이 용어도 좋았습니다. 15세 지학(志學), 30세 이립(而立), 40세 불혹(不惑), 50세 지천명(知天命). 60세 이순(耳順), 70세 종심(從心)! 익히 알고 있었지만, 써 보고서야 비로소 확실히 각인되었습니다. 자주 쓰는 사자성어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글귀입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 진흙에 물드지 않는 연꽃과 같이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pp. 128~133). 여러 번 반복해서 다양한 서체로 쓰다보니, 이런 멋진 구절을 암기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인격수양한다 생각하고 이 책으로 손글씨 연습을 해보세요.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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