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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속 성 심리 - 에덴에서 예수 시대까지
조누가 지음 / 샘솟는기쁨 / 2021년 6월
평점 :
이 책의 저자 조누가는 1986년 <야훼의 밤>으로 기독교문화상을 수상한 조성기 작가입니다. 장로교신학대학원까지 졸업한 그는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봉직하면서 여러 편의 종교 소설과 세태 소설로 나름의 작가세계를 구축하였다는 평을 듣습니다. 그는 동양고전과 서양 고전 중의 고전인 성경을 깊이 있게 연구하였습니다. 그러기에 그의 책 <성서 속 성 심리>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펼쳐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이런 기대를 충족시켰습니다.
Part 1에서 Part 6까지는 구약의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800세 아담의 성생활, 노아의 수치심, 야곱 부인들 간의 합환채 사건, 유다와 며느리 다말 이야기, 사사 시대 레위인 첩에 대한 성범죄 이야기, 다윗의 밧세바 간음 사건, 다윗의 아들 암논의 누이 성폭행 사건, 솔로몬의 수많은 이방 여인과의 결혼, 아가서에 나오는 연인들의 신체에 관한 상징적 표현, 창녀를 아내로 계속 데려오는 호세아 선지자, 등등, 성서에 나오는 성에 관해 이야기를 과감하게 들추어냅니다. 그는 이런 사건들을 파헤치면서 소설적 상상력까지 동원해 등장인물의 심리를 적나라하게 묘사합니다.
Part 7와 Part 8은 신약에서의 성 이야기입니다. 특히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과연 성생활을 했을까?”에서 저자는 마리아가 평생 동정녀로 살았다는 가톨릭의 주장에 대해 훌륭하게 반박합니다. 무엇보다도 이 교리의 근거가 되는 <야고보의 원복음서>가 얼마나 허구인지를 밝히며 담대하게 말합니다. “마리아가 남편과 성생활을 했다고 해서 마리아에 대한 존경심이 줄어들 리 없고 그녀의 순결성이 훼손될 리 없다”(p. 208)는 것입니다. 이것은 예수님에게도 적용되는 논리입니다. 저자는 예수가 독신자라는 기록이 성서에 나오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예수님이 결혼을 하든 하지 않았든(물론 저자도 예수님이 독신이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예수님의 신성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남녀의 교합을 수치스러운 일이거나 적어도 신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는 고정관념이 있기에 마리아의 신성을 보장하기 위해 성모 마리아의 처녀성을 억지 주장하고, 예수님의 연애와 결혼을 이야기하면 신성모독으로 생각해 발끈한다는 것입니다. 독자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매우 담대한 주장입니다.
저자는 “성(性)과 남녀의 교합은 원래 하나님이 인간을 비롯한 생물들에게 내려 준 축복으로 신성한 것”(p. 252)이라는 기본 전제 아래 성서에 나오는 성(性)과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문제는, 신성한 성(性)을 인간의 타락한 욕망으로 더럽혔다는 데 있는 것입니다. 저자는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하기도 하고, 때로는 심리학적 이론을 동원해 성서 속의 성 심리를 매우 설득력 있게 전개해 나갑니다. 교회의 교리적 관점에서 보면 분명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素地)가 많은 주장들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성서를 텍스트로 성담론(性談論)을 펼쳤다는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합니다. 또 책 곳곳에 ‘addition’으로 성담론 책과 정신의학책, 심리학책에서 주요 내용들을 발췌해 실어 놓은 것도 유익했습니다. 한국교회는 성에 관해서는 드러내놓고 말하기를 꺼립니다. 성을 하나님의 축복이라기보다 감추어야 할 수치스러운 것 혹은 악한 욕망이라고 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풍토 속에서 과감히 성담론을 펼친 이 책, 한국교회의 깨어있는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들에게 권합니다. 이제는 교회가 하나님의 축복으로서의 성(性)을 이야기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