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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읽는 도덕경
최진석 지음 / 시공사 / 2021년 3월
평점 :
노자의 <도덕경>, 너무 어렵다는 선입견이 있어 도전하기 쉽지 않습니다. 전에 여러 출판사에서 펴낸 노자의 <도덕경>을 읽어보았지만, 노자의 사상에 관해 전혀 감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이 책, 철학자 최진석 교수의 <나 홀로 읽는 도덕경>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노자에 눈 뜨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1, 2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2부는 <도덕경> 원문과 번역문을 아무런 해설 없이 실어놓았습니다. 최 교수는 용감하게 2부를 먼저 읽어도 좋다고 말하지만, <도덕경>을 여러 번 시도해본 나로서는 2부를 먼저 읽는 일은 ‘용감’이 아니라 ‘무모함’에 가까운 것입니다.
‘1부, 묻고 답하는 도덕경’은 <도덕경>의 내용 중 꼭 알아야 할 내용을 질문에 답하는 대화 형식으로 풀어 놓았습니다. 1부 전반부는 ‘도덕경을 읽기 전에’라는 타이틀로, 노자가 어떤 인물이며 그의 시대의 정치적 철학적 상황은 어떠했는지를 서술하면서 <도덕경>의 역사적 배경을 깔끔하게 설명합니다. 이것을 읽는 것만으로도 <도덕경>을 어떻게 읽어내야 하는지 알게 됩니다. 격변하는 춘추전국시대에 인간을 사상의 출발점으로 삼은 공자와는 달리 노자는 객관적인 자연을 사상의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공자가 이념주의적이고 가치론적 특성을 보이는 반해 노자는 실용주의적 속성을 보입니다. 이런 점에서 마우쩌둥은 공자에 가깝고 덩샤오핑은 노자에 가깝다(p. 41)는 설명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노자의 표현 방식은 “직관과 통찰에 이르게 하는 언어”(p. 43)인 시(詩)로 쓰여졌습니다. 아! 지금까지 <도덕경>을 <논어>처럼 읽었기에 제대로 질문할 수 없었고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네요.
1부 후반부에서는 ‘도덕경 속으로’라는 타이틀로 노자의 사상을 이해하는 핵심 용어들을 설명합니다. “명가명비상명(名可名非常名)”에서 “명(名)”은 개념화한다는 뜻이랍니다. 춘추전국시대 철기가 들어옴으로써 사회계급 구조가 뒤틀렸습니다. 변화에 적응한 자가 그렇지 못한 이전 지배계급의 역할을 감당하게 되면서 이름(名)과 역할(實)이 일치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개념과 실제의 일대일 대응관계를 확고히 하려는 것이 공자의 정명론(定命論)이었다면, 노자는 그 대착점에 있습니다. 노자에 따르면, 무엇인가를 정의 내리는 순간 그것을 특정 범위에 가두게 됩니다. 노자의 “무(無)”에 대한 개념도 흥미롭습니다. ‘무’란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지만 기능과 활동이 있는 것입니다. ‘미래’나 ‘과거’는 어떤 범위를 정해 설명할 수 있지만, ‘현재’라는 순간은 포착될 수 없듯, ‘무’도 ‘현재’처럼 경계에 있는 ‘무엇’입니다. ‘무’에 대한 이런 이해가 있어야 노자의 “유무상생(有無相生)”과 같은 ‘관계론적 사유’를 깨닫게 됩니다. 또 “상선약수(上善若水)”에서 ‘선(善)’은 ‘착하다’는 뜻보다 ‘탁월하다’는 뜻에 더 가깝습니다. 물이 모두가 가려 하지 않는 곳에 처함으로써(處中人之所惡) 가장 탁월해지듯, 혁신의 흐름 속에서 아직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탁월한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이 책의 1부를 꼼꼼하게 읽고 나니, <도덕경> 자체만 실어놓은 2부를 읽을 용기가 납니다. 오래전 ‘EBS 인문학 특강’ 프로그램에서 최진석 교수가 노자에 관해 일련의 강의를 했습니다. 거기서 최 교수는 ‘인문적 통찰은 가치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해 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도덕경>의 내용은 숭배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도덕경>이 나를 섬기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노자가 지금 이 시대에 산다면 어떻게 했을 것인지 계속 질문하며 <도덕경>을 읽어야겠네요. 치열하게 사유하며 나의 삶을 돌아보는 독서였습니다. 나처럼 <도덕경>의 감을 잡지 못한 분이라면 꼭 ‘1부’부터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