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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을 따라 걷습니다 - 내 영혼의 산마루에서
이주연 지음 / 두란노 / 2021년 3월
평점 :
이 책은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에 관한 깊은 묵상과 실천에서 나온 아포리즘으로 가득합니다. <성령을 따라 걷습니다>는 성령의 열매를 신학적으로 설명하거나 설교한 책이 아닙니다. ‘내 영혼의 산마루에서’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노숙인들을 섬기며 강원도 평창에 ‘산마루 예수 공동체’를 세운 체험으로부터 성령의 열매에 관한 글을 길어 올렸습니다. 이 책에 인문학적 향기가 진하게 배어있어, 저자에 관해 궁금했습니다. 저자의 이력을 보니, <기독교 사상> 편집 주간을 역임했고 평신도를 위한 영성훈련과 노숙자를 위한 인문, 사회과학 강좌, 음악회, 자활을 위한 일터 만들기 등을 이어왔군요. 그의 글에 더욱 신뢰가 갑니다.
모두 소중한 글들이지만 몇 가지만 기록해 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공동체와 구성원은 / 뜨겁게 살아 있으나 / 없는 듯 존재해야 합니다. / 오직 주님만 드러나신 채로! / 그리고 사랑으로 충만해야 합니다. / 인간 관계에서 오는 사랑이 아니라 / 주님의 은혜에서 시작되는 사랑으로!”(p. 25). 그렇습니다. 참된 사랑은 언제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주님만을 드러내는 법입니다. 우리가 자신을 드러내려 할 때, 피곤한 삶을 살게 됩니다. 웃어도 될 일을 따지고, 침묵해도 될 것을 기어코 말하기 때문에 삶이 피곤해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사랑이 인도하는 대로 하루하루 살아가야 합니다.
“행복은 과정이지 열매가 아닙니다. / 오늘 하루를 하나님과 함께 열며 / 고요히 차를 마시고 사람을 만나고 / 노동을 하고 음식을 만들고 / 설거지를 하는 일상의 시간 속에 / 행복이 맥박 치게 하십시오. / 행복은 성령과 함께하는 일상 가운데 있습니다”(p. 50). 희락은 고생 후 마지막에 누리는 것이 아니라, 일상 가운데서 누리는 것이라는 가르침 앞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삶이 아무리 어려워도 오늘 살 수 있다는 것이 축복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령의 열매 아홉 가지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주님의 인격입니다. 그렇지만 나에게 지금 꼭 맺고 싶은 열매를 하나만 고르라면, ‘양선’을 꼽을 것입니다. 나는 겉모습은 착해 보인다고 하는데, 나의 마음과 생각을 깊이 들여다보면 부끄럽습니다. 또 어쩌다 착한 일을 한번 하면 있는 생색 없는 생색 다 내곤 합니다. 양선의 열매에 관한 저자의 글이 마음을 찌릅니다. “진정한 선행은 선을 행하면서도/ 남에게 베푼 것을 잊는 것입니다. / 또한 큰 선행을 가끔씩 행하는 것보다 / 사소할지라도 일상에서 / 매일 행하는 것이 소중합니다. / 성령 안에서 작은 선행을 하나씩 실천해 보십시오. / 주님이 주시는 선한 기쁨이 / 일상을 가득 채울 것입니다”(p. 124). 선행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넘어 자신이 행한 일을 아예 잊어버려야 그 사람이 양선의 사람입니다. 이래저래 내가 양선의 사람이 아님에 뜨끔합니다.
모든 페이지에 관련 성경 구절이 있어, 성경 묵상집으로 활용해도 좋습니다. ‘산마루에서’라는 글에서는 이주언 목사의 사역과 그 사역을 감당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성령을 따라고 인생길을 걸으며 주님을 닮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은 샘물과 같습니다.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입니다. 책을 덮고 조용히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를 되뇌어 봅니다. 기도가 절로 나옵니다. “주님, 내 삶에 성령의 열매 무르익게 하사 주님의 형상 이루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