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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프란체스코의 작은 꽃들 ㅣ 세계기독교고전 5
우골리노 지음, 박명곤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20년 12월
평점 :
우골리노의 <성 프란체스코의 작은 꽃들>은 성 프란체스코와 그의 제자들의 행적과 어록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본래 “피오레티”(작은 꽃들)는 앤솔로지(anthology, 명시선)를 뜻합니다. 이 책은 서론 부분에서 성 프란체스코의 일생을 간략히 소개합니다. 또 프란체스코 수도회의 정신이 무엇인지도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프란체스코 수도회가 순결, 가난, 순종을 실천하는 명상적 생활과 주의 복음을 전파하는 행동적 전도 여행을 조화시키는 일은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서론에는 이 책의 저자 우골리노와 이 책의 역사적 가치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이 책을 전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이 책은 여섯 부로 되어 있습니다. 제1부는 성 프란체스코와 그 첫 제자들의 행적과 마치스 지방 수사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제2부는 성 프란체스코의 두 손, 두 발, 그리고 옆구리에 새겨졌다는 거룩한 오상(五傷, stigma)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려줍니다. 제3부는 성 프란체스코의 첫 제자 중 하나인 주니퍼 형제 이야기입니다. 제4부는 레오 형제가 쓴 길레스 형제의 삶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제5부는 길레스 형제 어록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제6부는 부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에게 선명히 그려지는 장면은 오상에 관한 기록 중에 있습니다. 성 프란체스코와 제자들이 알베르나 산봉우리에 가까이 왔을 때, 새들이 성 프란체스코를 에워쌌다고 합니다. 그는 또 주님의 계시를 받자 움막에 들어앉아 회개하며 계시의 신비에 대해 경건하게 묵상하였습니다. 그 결과 무아경 속에 빠져들어 땅 위에 들어 올려져 하나님과 연합하였다(p. 204)고 하는데, 실제로 그의 몸이 공중부양했다는 것일까요?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물 위를 걷는 장면은 예수님의 신성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받아들이면 되는데, 성 프란체스코가 공중부양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혼란스럽습니다. 그가 입신해서 천사의 아름다운 악기 연주를 체험했다는 에피스도도 흥미롭습니다. 또 그가 바울처럼(갈6:17) 자신의 몸에 예수의 흔적(stigma)를 가졌다고 하는데, 이 흔적을 실제적인 몸의 상처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중세 시대의 세계관에 입각해 기록된 성 프란체스코와 그의 제자들이 행적과 어록을 현대적으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독서였습니다. 그래도 ‘길레스 형제의 어록’(pp. 297~333)에서는 덕목, 은혜, 겸손, 사랑, 인내, 주님 경외, 고독, 순결, 시험 극복, 고행, 기도의 효력, 명상, 선행 등에 관해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는데, 마치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를 읽는 듯한 착각을 했습니다.
이 책 마지막에 실린 성 프란체스코의 찬양(pp. 364~365)이 인상적입니다. 그는 병상에 누워 태양, 달과 별, 바람, 물, 대지, 인내하는 사람, 육신의 죽음을 인해서 하나님께 찬양과 영광을 올려 드립니다. 새들의 친구이며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피조물을 사랑했던 성 프란체스코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찬양입니다. 인간의 교만으로 모든 피조물이 신음하는 지금, 하나님과 연약한 인간과 모든 피조물을 사랑한 성 프란체스코의 믿음과 정신을 진지하게 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