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와 우연의 역사 (최신 완역판) - 키케로에서 윌슨까지 세계사를 바꾼 순간들 츠바이크 선집 (이화북스) 1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정상원 옮김 / 이화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슈테판 츠바이크의 역사 속 인물 이야기는 엄청난 흡입력이 있습니다. <광기와 우연의 역사>에서 첫 번째로 묘사된 키케로의 죽음과 로마 공화국의 종말’(pp. 9~39)을 접하는 독자라면, 누구든지 로마 공화국의 시절로 돌아가 키케로의 마음으로 당시 형국과 사람들을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역사적 인물을 이렇게도 실감 나게 묘사할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키케로에서 윌슨까지 세계사를 바꾼 순간들혹은 인물들을 서술한 이 책은 역사서가 아니라 문학작품을 읽는 느낌이 납니다.


이런 멋진 글을 쓴 저자의 이력이 궁금해졌습니다. 철학과 문예학을 전공한 슈테판 츠바이크는 유럽 각국의 언어와 문학에 정통한 저널리스트이며 시와 단편 소설로도 명성을 쌓은 작가더군요. 그는 많은 위인 평전과 중단편 소설을 썼습니다. 특히 <광기와 우연의 역사>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흥미로운 역사 소재를 선택했을 뿐 아니라, 그 소재를 다루는 문학적 솜씨가 빼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는 위인 평전을 쓰기 위해 엄청난 사료 작업뿐 아니라, 심리학적 이해도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는 하나의 진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진실이 있기에 심리적 통찰력을 가지고 사건 깊숙한 곳에서 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파악한 역사적 진실들을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서술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슈테판 츠바이크의 지론이었습니다.


그의 지론에 걸맞게 이 책에서 도스토옙스키가 처형대에서 총살되기 직전까지 갔던 사건 전체를 시()로 표현했습니다(pp. 211~222). 역사를 시로 표현하다니, 파격적이었습니다. “죽음의 쓰디쓴 입맞춤을 맛보고 나서야 / 비로소 그는 / 삶의 달콤함을 가슴으로 느꼈기 때문이다”(p. 221). 죽음을 앞에 둔 도스토옙스키의 심정을 이 서사시보다 더 명징하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문학적 장르는 없을 것입니다. 레프 톨스토이 이야기(pp. 251~297)는 드라마 대본 형식으로 기술했습니다. 또 우리야노프 레닌이 10월 혁명 전 스위스에서 러시아로 돌아가게 사건을 봉인 열차라는 타이틀로 묘사했는데(pp. 325~340), 읽는 내내 독자인 내가 마치 레닌이 되어 과연 고국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 긴장했습니다. 그가 러시아 땅에 발을 디뎠을 때, 제일 먼저 한 일은 신문 가판대에서 자신의 신문 <프라우다>지를 집어 든 것이었습니다. 레닌이 정말 그랬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레닌이라는 인물을 가장 잘 드러내는 상징적 모습이라는 것이 중요할 뿐입니다.


이 책은 완결판으로, 14편의 역사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완결판이 출판되기까지 전체 과정도 책 뒤편에 자세하게 설명해 놓았습니다. 그가 망명의 땅 브라질에서 우울증을 겪다가 1942년 부인과 동반 자살했다니 무척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그가 저술한 책들을 찾아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에게서 역사적 소양과 문학적 감각을 배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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