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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의와 하나님 나라 - 김세윤 박사의 바른 칭의론
김세윤 지음 / 두란노 / 2020년 7월
평점 :
전통적으로 칭의-성화-영화의 구조를 가진 ‘구원의 서정(ordo salutis)’에서 ‘칭의’는 법정적 용어로 ‘하나님의 은혜로 의롭다 함을 받은 과거의 사건’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칭의’ 이해 때문에 그리스도인은 이미 의롭다 함을 받았으니,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도 천국은 ‘따논 당상’이라는 ‘값싼 은혜’의 복음이 만연하게 됩니다. 김세윤의 <칭의와 하나님 나라>는 조직신학적 관점이 아니라 성서신학적 관점에서 칭의를 연구한 책입니다. 조직신학은 신앙의 논리를 세우고 성경 구절을 증거자료(proof text)로 사용한다면, 성서신학은 성경 연구를 통해 신학 용어의 의미를 드러내는 작업입니다. 김 박사는 세계적인 신약학자답게 탄탄한 성경 본문 연구를 통해 ‘바울의 칭의론’의 폭넓은 의미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칭의’와 관련된 바울 편지들의 본문을 연구하면서 바울의 칭의론을 새롭게 이해할 것을 도전합니다. 제1장에서부터 제4장까지는 로마서를 중심으로 ‘복음의 기독론적 양식’을 살펴봅니다. 바울에 따르면, 복음은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사탄의 나라를 파하고 하나님 나라를 온전히 이룬다는 종말론적 틀 안에서 이해되어야 합니다. 바울의 칭의론은 하나님 나라 복음의 구원론적 표현이라는 것입니다. ‘칭의’는 단순한 법정적 개념을 뛰어넘어 언약적 혹은 관계적 개념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김 박사는 이것을 제5장과 제6장에서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세례를 받을 때, 하나님의 백성은 믿음으로 의롭다 함, 즉 ‘칭의’를 받는데, 이는 ‘예수를 주’라 고백하는 주권의 전이를 의미합니다. ‘칭의’를 무죄 선언이라는 법정적 용어로 이해하면, 그리스도인에게 ‘칭의’는 과거의 사건에 불과합니다. 그러면 예수를 믿어 의롭다 함을 받았으니 어떻게 살아도 마지막 심판에서는 구원받는다는 비윤리적인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칭의’가 주님과의 올바른 관계적 의미를 담고 있다면, 그리스도인은 당연히 하나님과의 올바른 관계 안에서 살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일은 성령의 역사로 이루어져 갑니다. 바울의 윤리와 칭의론의 관계는 제7장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칭의’와 ‘성화’는 구원의 두 단계가 아니라, 구원에 관해 병행하는 그림 언어라고 주장합니다. ‘칭의’나 ‘성화’ 우리가 세례받을 때 ‘이미’ 받지만, 최후 심판에 이르러서야 완성에 도달한다는 것입니다. ‘이미(already)’ 임했지만, ‘아직(not yet)’ 완성되지 않은 ‘하나님의 나라’ 관점에서 생각하면, 이는 당연합니다. 우리는 ‘칭의’와 ‘성화’를 선취적으로 받았지만(우리는 의롭다 함을 받았고, 거룩한 하나님의 백성이라 일컬어집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며(우리는 부끄럽게도 온전히 의롭지도 거룩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완성을 향하여 나아갑니다(결국은 성령의 역사하심으로 의롭고 거룩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8장~10장에 설명되어 있습니다. 제11장에서 저자는 ‘바울에 대한 새 관점’을 일관되게 주장하는 톰 라이트(N. T. Wright)의 해석을 비평하면서 ‘바울의 칭의론’의 의미를 더욱 분명히 제시합니다.
이 책은 바울의 칭의론을 기독론, 인간론, 종말론(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접근하여 ‘칭의’의 풍부한 의미를 드러내고, 바울의 칭의론에서 어떤 윤리적 가르침과 선교적 가르침이 나왔는지를 밝혀줍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기도합니다. “한국교회가 복음을 더 온전하고 포괄적으로 이해해서, 이 복음이 더 힘차게 전해지고 하나님의 나라(하나님의 통치)가 이 땅에 이루어지게 하소서.” 이는 아마도 저자 김세윤 박사가 이 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바람일 것입니다. 너무 귀한 책, 복음을 전하는 목회자들은 꼭 읽어보셔야 합니다. 성서신학적 훈련이 잘되지 않아 이해하기 어렵다면, 김세윤 박사의 강연을 엮은 책, <칭의와 성화>(두란노 간)를 함께 읽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강추 또 강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