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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역사
자크 엘리제 르클뤼 지음, 정진국 옮김 / 파람북 / 2020년 7월
평점 :
<산의 역사>를 읽기 전, 저자인 자크 엘리제 르클뤼에 대해 들어본 바가 전혀 없었습니다. 단지 자연을 좋아하고 산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막연한 기대감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먼저 저자 소개를 보았습니다. 그는 프랑스의 위대한 사상가요 교육자이며, 특히 ‘현대 인문지리학’의 선구자라고 합니다. 이런 이력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의 정치사상입니다. 그는 1871년 ‘파리코뮌’에 참여했다가 추방되어 스위스 시골에서 망명 생활을 한 ‘아나키스트’입니다. 채식주의자이며 여성참정권 등과 같은 페미니즘에도 선구적 주장을 폈다고 하네요. 이런 그의 경험과 사상은 이 책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첫 번째 글, ‘나의 은신처’에서 그는 도시를 벗어나 산의 초입에 들어섰을 때의 느낌을 생생하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대도시에서 벗어난 것을, “적과 거짓된 친구들을 그곳에 남겨 둔” 것이라고 표현했네요. 산으로 들어오면서 기쁨에 온전히 휩싸였고 발걸음은 가벼워지고 눈도 밝아졌다고, 더 나아가 자유를 경험한다고 말합니다. 엄청난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힘들었던 저자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나도 일에 지치고 인간관계가 힘들 때 산을 찾으면 쉽게 마음의 안정을 찾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자주 경험하기에 저자의 말에 공감할 수 있습니다. 산에 완전히 반한 그는 인간을 “마치 코끼리에 붙어사는 작은 벌레처럼 산에 붙어살고 있다”고 표현합니다. 나는 이 글의 마지막 문장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형제처럼 친해진 작은 동물들을 바라보며 울음소리를 듣고, 풀밭에서 빈둥대지 않았다면 나는 대지가 얼마나 위대하게 숨 쉬고 있는지 절대로 이해하지 못했으리라 ….”
그는 경외심과 사랑의 마음으로 산을 바라보고 들여다봅니다. 산마루와 골짜기, 바위와 화석, 무너진 봉우리와 흙더미, 구름, 안개, 뇌우, 눈, 산사태, 빙하, 숲과 풀밭, 등등. ‘산사태’란 글에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산골을 찾아간 사람은 아름다운 나무로 이루어진 흰 눈 덮인 숲을 보며 감탄하지만, 산골주민들은 그것에 생명과 안전을 의지하기 때문에 숲을 존중하고 경배한다는 것입니다. 또 무너지는 봉우리를 보면서 고대 인도 수도사의 말을 인용합니다. “하늘나라의 황소가 산들을 핥았다. 하늘의 빗줄기로 산골을 만들었다.” 이 책은 단순한 지리학이 아닙니다. 저자의 인문학이 풍성히 담겨있습니다. 이 책 뒷부분 ‘산을 향한 숭배’, ‘올림포스 산과 신’, ‘수호신’, ‘인간’이란 소제목의 글에서 산과 관련된 종교와 신화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궁극적으로 신들이 사는 신성한 산이 아니라 인간이 사는 삶의 터전으로서의 산을 말합니다. ‘자유로운 산사람’이란 글에 보면, 산에 사는 사람들은 서로 협력해야 살 수 있기에 서로에게 절실히 필요한 존재임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르클뤼는 산촌에서 아무도 소외당하지 않고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조화로운 공동체 사회를 보았습니다. 이는 자신의 아나키즘 사상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사는 일에 힘들고 지쳤다면, 이 책을 들고 산골로 잠시 들어가 보세요. 포근한 안식을 경험하고 삶의 의지가 새롭게 일어날 것입니다. 인간의 생명의 터전인 산과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자신의 삶과 자연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