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귀촌이 로망입니다. 지금도 트래킹을 하다가 들풀과 꽃을 보면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내와 나 모두 서울 출신에 평생 서울에서만 살았는데, 아내는 식물에 대해 아는 게 많습니다. 그녀는 개망초와 구절초도 구별할 줄 알고, 곰취와 머위, 그리고 동의나물도 척척 설명합니다. 휴가 때 시골에 갔다가 아내가 둥굴레 뿌리를 캐서 밥을 해 주었는데, 기가 막히게 고소하고 맛있더군요. 둥굴레가 당뇨 고지혈증에 좋다고 아내가 한마디 더 건넵니다. 아내는 어떻게 산야초에 대해 아는 게 많을까요? 이유는 단 하나, 관심과 애정입니다. 아내는 산이나 들에서 식물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습니다. 꼼꼼히 들여다보고 감탄하고 모르는 것은 사진을 찍어 인터넷으로 확인해봅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산약초를 많이 먹어보았습니다. 위가 좋지 않아 속이 자주 쓰리고 아팠는데, 지인이 준 삽주 뿌리 가루를 꾸준히 복용한 뒤 싹 나았습니다. 곰취, 뚱딴지(돼지감자), 머위, 쑥, 명이(산마늘), 해바라기, 둥굴레, 결명자, 황기, 당귀, 메밀, 뱀딸기, 비름(비듬나물), 도라지, 피마주(피마자), 고사리, 등도 익숙합니다. 이 책으로 산약초를 공부해 아내 앞에서 잘난 척 좀 하고 싶은데, 책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직접 밖으로 나가 이런 식물들을 확인해보기 전에는 보아도 모를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 책을 보면서 지천에 있는 풀 한 포기, 가벼이 여기지 않는 마음이 소중함을 느낍니다.
이 책은 참 꼼꼼합니다. 100가지 산약초의 꽃, 뿌리, 잎, 열매, 약재 등을 사진으로 잘 담아냈고, 효능과 부작용, 꽃 피는 시기와 열매 맺는 시기, 각 부위의 채취시기와 독성 여부, 약재 용량과 사용법 등을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유사종과 구별 포인트도 소개하고 민간 처방과 활용 방법까지 다 나와 있습니다. 책 머리에는 약초 사용의 주의점을 알려주면서, 약초는 독성 여부를 포함해 여러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반드시 전문 한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경고합니다. 책 말미에는 부록으로 초보자를 위해 산약초의 이해와 원리를 실어놓았는데, 매우 흥미롭습니다. 산약초 100가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도표로 제시합니다. 약재의 채취와 시기도 알려주고 한방용어도 쉽게 풀이해 놓았습니다. 이 책은 작은 사이즈이지만, 그 내용은 결단코 적거나 가볍지 않습니다. 산약초에 관해 거의 백과사전식으로 많은 정보를 주는 책입니다. 손바닥 약용식물 도감, 맞습니다. 시리즈로 나온 ‘손바닥 약용식물 도감2’ <우리나라 한방 산약초 백과(목본)>도 사서 읽어봐야겠습니다. 자연과 산야초를 보면 행복한 모든 분께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