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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그들이 만든 세계사 - 역사를 뒤바꾼 결정적 순간들
이내주 지음 / 채륜 / 2020년 2월
평점 :
오래전 이내주 교수의 <흐름으로 읽는 근현대 세계사>(채륜, 2016)를 읽으며,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역사서술에 감탄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원인과 결과를 단순화하는 역사서술은 역사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역사 평가를 넘어서지 않는다면, 일반대중들이 역사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됩니다. 그의 새로운 책 <영웅, 그들이 만든 세계사>(채륜, 2020)도 이런 장점이 잘 살아 있습니다. 저자는 민중사가 유행인 현시점에서 엘리트주의적 역사서술은 고집합니다. 역사의 변곡점에서 결단을 내려야 했던 영웅들을 중심으로 역사를 살펴보는 일은 흥미로울 뿐 아니라, 적어도 일반대중에게는 현재와 미래의 삶에 유용한 교훈을 줄 것입니다. 이 책은 언론매체에 연재한 내용을 토대로 엮은 것입니다. 그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32가지 사건을 1, 2, 3막의 형식으로 서술합니다. 지면의 한계로 인해 이런 형식을 취했겠지만, 이것이 이 책의 장점이 되었습니다. 1막에서는 영웅이 어떻게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되었는지 사건의 배경을 다룹니다. 2막에서는 영웅은 이런 상황에서 왜 이런 결단을 내리게 되었는지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3막에서는 이런 결단이 이후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알려줍니다.
예를 들어, 콘스탄티누스의 밀라노 칙령에 관해 먼저 1막에서는 로마 제국이 오현제시대와 군인황제시대를 거쳐왔다고 배경을 설명합니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제국의 혼란을 수습하려고 ‘사분할 통치 시스템’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오히려 그의 사후 로마 제국을 내분으로 몰아넣고 말았습니다. 이 혼란의 최종 승자가 콘스탄티누스라는 것입니다. 2막에서는 정적 막센티우스와 벌인 티베르강 밀비우스 다리(Pont Milvius) 전투에서의 승리와 밀라노 칙령 선포를 언급합니다. 콘스탄티누스는 왜 지금까지 제국의 공적(公敵)으로 박해하던 그리스도교를 공인한 것일까요? 저자는 두 가지 이유를 언급합니다. 첫째는 그가 개인적으로 신실한 그리스도교도였고, 밀비우스 전투에서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꿈을 꾸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둘째는 로마 제국과 사회의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의도로 공인했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콘스탄티누스가 밀라노 칙령 이후 황실 가족에게 행한 잔혹 행위와 정작 자신은 죽기 직전에야 세례를 받은 사실로 볼 때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로마인의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그들의 윤리적이고 경건한 삶의 태도가 제국을 개혁할 사상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에 정치적 이유로 밀라노 칭력을 선포했을 것입니다. 3막은 밀라노 칙령이 이후 역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밝힙니다. 밀라노 칙령의 의도가 무엇이든지간에 이 칙령은 로마제국의 수명을 일천년 이상 연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 책, 흥미로운 질문들로 독자의 관심을 사로잡습니다. 교황 우르비누스 2세는 왜 십자군 전쟁에 불을 붙였는가? 히틀러는 왜 소련을 침공했는가? 투르먼은 왜 일본에 원자폭탄 투하를 결심했는가? 등등. 고대부터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유명한 역사적 사건들의 배경과 지도자들의 결단, 그 결과가 궁금하다면, 이 책이 제격입니다. 역사적 사건에 관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