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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파이돈·크리톤·향연 (양장) - 죽음으로 완성시킨 소크라테스의 진리
플라톤 지음, 강윤철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1월
평점 :
오래전, 한 이십 년 전 즈음에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었습니다. 옛날에 읽은 책을 책꽂이에서 찾아 먼지를 떨고 펼쳐 보았습니다. 밑줄이 많이 그어져 있고, 여백에 소크라테스의 죄목도 정리해 놨습니다. 그가 청년들에게 나쁜 것을 가르쳐 타락시켰고, 가르친 대가로 돈을 받았는데 이에 대한 평판과 소문이 아주 나쁘다는 것입니다. 소크라테스는 이런 비난에 대해 하나씩 변론합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군중들에게 적의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에 죽게 될 것을 알았습니다. 그는 ‘죽음의 선(善)’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죽음이 무감각한 상태라면 죽음은 큰 소득이고, 다른 곳으로의 여행이라면 그것 또한 좋은 것이라고. 그는 죽어서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것을 기대하며 담담히 재판의 결과를 기다립니다. 그때는 이 책의 내용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나의 사고가 아직 성숙하지 않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번역에도 상당히 문제가 많았음을, 이번에 다시 훑어보면서 발견했습니다.
스타북스에서 출판한 책은 번역이 아주 매끄럽습니다. 첫머리부터 이렇게 차이가 납니다. 옛 책에는 “아테네인 여러분, 나는 여러분이 나를 고발한 사람들의 말을 듣고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았는가를 말할 수 없습니다.”라고 되어 있는데, 스타북스의 책은 “아테네 시민 여러분! 여러분이 나를 고발한 사람들의 연설을 듣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라고 깔끔하게 번역해 놓았습니다. 또 각주에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민 여러분”을 언급한 것은 재판관들이 그를 재판할 도덕적 권위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석을 달아 놓았습니다. 앞의 책에서 “죽음의 선”라는 표현도 이 책에서는 “죽음의 유익”이라고 번역해서 이해를 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소크라테스에게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옮긴이 강윤철은 머리말에서 소크라테스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네 개의 작품, <소크라테스의 변명>, < 파이돈>, <크리톤>, <향연>을 깔끔하게 설명해 놓았습니다. 이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역자의 머리말을 먼저 읽으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이 책에 깊이 빠져 밑줄을 치고 감탄하며 읽게 될 것입니다. 저도 이 책에다 많은 줄을 그었습니다. 그중 <크리톤>을 읽으며 밑줄 친 구절을 몇 개 소개해 봅니다. “모든 견해를 무작정 존중할 것이 아니라 존중할 만한 견해를 존중해야 하네”(p. 209). “존중해야 할 것은 진리 자체의 말이라는 것이네”(p. 211). “우리가 소중히 여길 것은 단순히 사는 문제가 아닌 선하게 사는 것이네”(p. 212). “자네의 목숨, 자식, 그 밖의 어떤 것도 정의보다 앞서는 것이 될 수 없네”(p. 225). 소크라테스에 관해 알고 싶다면, 스타북스에서 펴낸 <플라톤의 대화편: 소크라테스의 변명, 파이돈, 크리톤, 향연>을 꼭 읽어보세요. 소크라테스의 연설 솜씨, 무엇보다 그의 철학과 인품에 반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