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 - 기울지도 치우치지도 않는 인생을 만나다 ㅣ 내 인생의 사서四書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고등학교 때 한문 선생님으로부터 중용(中庸)의 뜻을 배웠습니다. ‘중(中)’은 좌우의 중간이 아니라 ‘치우치거나 기울지 않는 것’이며, ‘용(庸)’은 ‘늘 언제나’를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중용적 삶은 일상의 삶에서 하늘의 뜻을 치우침 없이 행하며 사는 것입니다. 오십을 지천명(知天命)이라 하지요. 하늘의 뜻을 아는 나이, 즉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그 한계를 인지하는 나이입니다. 그래서 신정근 교수의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책 제목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오십 줄에는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주(宇宙)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이며,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신 교수는 제일 먼저 <중용>이 어떤 시대적 배경 아래 나왔는지를 알려 줍니다. 안정적인 서주(西周) 시대 후 혼란스러운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에는 극단적인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군상(群像)은 해괴한 주장과 괴상한 짓을 합니다. 이를 ‘소은행괴’(素隱行怪)라고 합니다. 수많은 주장이 난무하는 세상일수록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따져서 정도(正道)를 걸어야 합니다. 정도를 걷는 지혜를 알려 주는 책이 <중용>입니다.
<중용>은 혼자 있을 때조차 세상이 다 보고 있으니, 자기 주도적인 사람은 혼자 있는 상황에서도 삼갈 줄 안다고 가르칩니다.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 그 사람의 모습이 곧 그 사람의 인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예수님도 산상설교에서 ‘은밀한 중에 보시는 하나님’을 가르치셨죠. 자신에게 조금도 거짓 없이 진실하게 행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결단하고 한두 번은 실천에 옮겨도 평생 그렇게 산다는 것은 너무 어렵습니다. 공자도 ‘한 달도 중용의 삶을 충실히 지킬 수 없다(不能月守)’고 고백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아야겠지요.
저는 중용의 삶을 사는 것이 우리의 일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가르침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올바로 산다는 것은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사는 사람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도의 실마리를 일상을 함께 하는 부부관계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造端乎夫婦). 신 교수는 <중용>의 가르침에 따라 마음 근육의 중심 잡기와 삶 근육의 중심 잡기를 말합니다. 중용의 삶을 살기 어렵다고 포기하지 말고, 본디 해도 잘 안되는 게 사람이니 마음 근육의 중심을 단단히 붙잡아야 합니다. 또 철저히 자기 자신과 대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족한 자신을 숨기지 말고 모든 사람이 보는 곳에 두라고 충고합니다. 자신을 숨길 곳이 없을 때 탈바꿈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방구석에서조차 부끄럽지 않게(不愧屋漏) 언제 어디서나 흐트러지지 않고 단정하게 생활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마음에 담아 봅니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본 좋은 독서였습니다. <중용>, 나이와 상관없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분에게 슬쩍 건네주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