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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 촘스키 - 현대 아나키즘과 반제국주의의 기원을 찾아서
박홍규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12월
평점 :
놈 촘스키(Noam Chomsky), 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이 그를 여러번 언급하셨습니다. 선생님은 그의 언어학 이론을 소개했는데, 고등학생인 저로서는 거의 이해 불가능한 이야기뿐이었습니다. ‘놈 촘스키’란 이름이 우스꽝스럽다는 정도의 인상만 남았었습니다. 그러다가 후에 <권력에 맞선 이성 : 지식인은 왜 이성이라는 무기로 싸우지 않는가>(청림출판, 2012)를 읽고 놈 촘스키의 진면목을 조금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놈 촘스키와 장 브릭몽의 대담형식으로 엮어진 책인데, 권력이 얼마나 쉽게 남용되는지, 인간 본성은 본래 존재하는 것인지, 등에 대해 깊은 대화를 이어갑니다. 놈 촘스키는 사회와 정치에 대한 진지한 대화가 이루어지려면 우선 진보와 보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아나키즘, 등에 대한 정의(定義)가 분명히 내려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세상은 혼란스럽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노력하면 상황은 개선된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이제 박홍규의 <놈 촘스키>을 통해, 촘스키의 사상과 삶을 개괄적이나마 선명하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부제, ‘현대 아나키즘과 반제국주의의 기원을 찾아서’에서 알 수 있듯이, 박홍규는 촘스키의 아나키즘 사상과 현대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을 중심으로 그의 삶과 생각을 무척 쉽고 간결하게 소개합니다. 박홍규는 촘스키를 고전적 자유주의(Classical Liberalism)를 따르는 ‘유연한’ 아나키스트로 정의합니다. 촘스키가 가장 존경한 사람은 소설과 조지 오웰(George Orwell)과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이라죠. 그는 러셀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상식을 중요시하고 실제로 현실에 참여했다는 점에 그를 존경했습니다. 촘스키는 권력이 여론조작을 통해 개인의 자유를 얼마나 쉽게 짓밟을 수 있는지 밝히고, 미국이 남미와 이라크 등지에서 행한 제국주의적 행태와 신자유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렇게 현실의 문제를 비판하다 보면 비관주의에 빠지기 쉬운데, 촘스키는 의외로 낙관주의자입니다. 인류 역사를 보면 윤리의식에 대한 인식이 더 깊어졌다는 것이죠. 무엇보다도 희망을 포기하고 체념하면 최악의 결과가 오기 때문에, 희망을 잃지 않고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책에서 현대 사회와 권력을 신랄하게 비판하지만, 여전히 세상과 인간을 향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위대한 학자를 만났습니다. 촘스키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부터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이 작은 책 뒤편에 있는 촘스키의 저술 목록을 꼼꼼히 들여다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