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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화가 김홍도 - 붓으로 세상을 흔들다
이충렬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12월
평점 :
이 책은 조선의 대표적 화가 단원 김홍도의 전기입니다. 저자는 한국 근현대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을 복원하는 데 전념하는 전기작가 이충렬입니다. 그는 주인공의 삶과 업적을 평가하는 평전을 쓰지 않고 오롯이 주인공의 삶의 행적을 따라가는 전기를 기록하길 좋아합니다. 주인공의 삶과 업적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에게 맡기는 것이죠. 그렇지만 그의 책은 주인공의 삶과 작품을 평면적으로 소개하는 그저 그런 전기가 아닙니다. 철저하고 치밀한 자료조사와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그의 책은 훌륭한 문학작품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홍도의 전기 또한 그렇습니다. 단원의 고향인 성포리 앞바다, ‘어살’에 걸려 펄떡이는 물고기들을 묘사하며 그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붓장난(그림 그리는 일)을 좋아하는 김홍도에게 서당 훈장은 “천한 잡기로 환쟁이가 되려느냐”고 꾸지람을 했다죠. 김홍도는 그림 그리는 것이 왜 천한 잡기인지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가 첫 번째 스승 표암 강세황을 만나는 장면 묘사는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이 생생합니다. 그는 나이 스물여덟 살에 영조의 어진과 세손의 초상을 그리는 어용화사가 됩니다. 그는 세손의 초상이 채택되지 않아 실망하면서도 동참 화사들과 함께 어진을 그려나갑니다. 이 일로 벼슬을 얻었지만, 삼책불통(三冊不通, 세 시험에 통과하지 못함)으로 파직당하는 수모를 겪습니다. 다시 벼슬을 받지만 녹봉을 받지 못하는 별제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장원서의 일을 마치면 집에서 주문받은 그림을 그렸고, 그림을 찾아 삶으로 들어갔습니다. <단원풍속도첩>에 있는 빨래터, 우물가, 편자박기, 길쌈, 무동, 씨름, 담배썰기, 활쏘기, 자리짜기, 서당, 기와 올리기, 등을 보고 있노라면, 서민의 애환과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 4부에서는 자연을 그린 단원의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단원도, 월정사, 대관령, 장안사, <금강사군첩>에 나오는 명경대, 영원암, 청간정, 등. 또 ‘5부 마음을 그리다’에서는 단원 말년의 삶이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김홍도는 예순에 쇠약한 몸을 이끌고 전주로 내려갑니다. 그곳 전라감사 심상규는 굶주리고 병든 단원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우리나라는 인재가 살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고 탄식합니다.
<천년의 화가 – 김홍도, 붓으로 세상을 흔들다>, 참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 김홍도의 삶을 배경으로 그의 작품들을 제대로 감상하게 해줍니다. 책 끄트머리에 있는 ‘김홍도의 작품 수록’, ‘김홍도 연보’도 매우 유용합니다. 앞으로 이 책을 빼놓고서는 단원의 삶과 작품들을 말할 수 없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