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지쳐 피곤할 때, 나에게 위로의 말을 걸어오는 미술작품들을 접하는 일은 근사합니다. 다양한 미술작품에 대한 풍부한 해설을 기대하며 <새벽 1시 45분, 나의 그림 산책>을 집어 들었는데, 미술작품에 대한 해설은 많지 않습니다. 대신 일상에서 느낀 단상(斷想)을 맛깔스러운 문장으로 엮어낸 솜씨가 일품입니다. 도대체 어떤 이력의 소유자이기에 이런 책을 낼 수 있을까요? 인터넷을 뒤져보니, 저자 이동섭은 예술인문학자로 방송과 신문에서 인문학을 예술작품으로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일을 하며, 여러 대학에서도 문화와 예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장르를 융합하는 강의를 하고 있답니다. 그는 미술과 인문학을 결합한 책들을 많이 내놓았네요. <파리 미술관, 역사로 걷다>, <반 고흐, 인생 수업>, <그림이 야옹야옹, 고양이 미술사>, <파리 로망스>, <도쿄 로망스>, <뚱뚱해서 행복한 보테로> 등. 책 제목도 톡톡 튑니다.
이 책, 무척 재미있습니다. 때로는 농담인냥 가볍게 툭 던지는 표현들이지만, 자신만의 행복한 인생 사는 법을 알려줍니다. “누가 기운 빠지는 소리 하잖아요? 걔를 인생에서 빼 버려요”(연예인 이영자가 매니저에게 한 말). “걱정한다고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티베트 속담). “사인큐라 Sinecure: 할 일은 별로 없으면서 보수는 좋은 직책” 저자는 이 단어를 한마디로 이렇게 정의합니다. ‘세상 부럽지만 이번 생의 나와는 상관없는 말’! 정치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불공평한 특권을 누리는 직책은 없어져야 한다고 침을 튀기며 말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체념한 듯 말합니다. 그런 사람이 부럽기는 하지만 딱히 자신이 초라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고요. 예술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인생도 즐기는 것 같습니다.
저자가 뽑은 ‘식상하지만 의외로 위로가 되어 주는 말 일곱 가지’를 아십니까? 그 중에 헤밍웨이가 한 말도 있습니다. “나 아닌 것으로 사랑받느니, 차라리 나다움으로 미움을 받겠다.” 이 외의 말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멋진 미술작품들은 덤입니다. 예를 들어, “등산은 몸으로 했는데 정신이 맑아졌다. 등산하면 노폐물이 땀으로 배출되어 몸이 가벼워지듯이 책을 읽으면 편견과 무지가 조금은 씻겨 나가니, 독서는 마음의 등산이 아닐까?” 이런 재미있는 글을 쓰고 그 옆에 일리야 레핀의 <숲속의 레오 톨스토이>를 실어 놓았습니다. 재치가 넘치는 작가입니다. 저자의 글을 읽고 옆에 있는 그림을 들여다보면 훨씬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그림들이 때로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하고 때로 농담을 걸어오기도 합니다. 인생이 뭔지 아느냐고 질문하기도 하고, ‘인생 뭐 있어?’하며 체념 섞인 말을 내뱉기도 합니다. 책 제목처럼 그림 산책입니다. 삶이 답답하거나 힘겨울 때, 이 책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