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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의 역사 - 인류 역사의 발자취를 찾다
브라이언 페이건 지음, 성춘택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10월
평점 :
저는 인문학, 특히 철학과 종교와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출판사 ‘소소의 책’에서 펴낸 “A Little History” 시리즈를 즐겨 읽고 있습니다. <세계 종교의 역사>와 <철학의 역사>를 통해 많은 유익을 얻었습니다. 그러던 중 <고고학의 역사>가 출간된 것을 보고 반갑게 집어 들었습니다. 전에는 고고학이란 역사유물을 발굴하고 정리하는 학문으로 역사학에 도움을 주는 정도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는 고고학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습니다. 저자가 서문에서 언급했듯, 고고학은 ‘무턱대고 이루어진 보물 사냥’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에서 수만 명의 고고학자들이 방사성탄소연대 측정, 항공사진 촬영, 레이저나 드론 심지어 인공위성을 이용한 탐사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새로운 역사를 밝혀내고 인류 역사의 골격을 세우고 있습니다. 고고학이 발전하지 않았으면, 엄청나게 오래된 인간 사회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고고학은 인류를 찾게 해준 학문이며, “고고학은 인간이다”(p. 21)라고 단정합니다. ‘발굴’은 고고학자가 경험하는 자료 수집의 수단일 뿐, 고고학의 전부는 아닙니다. 고고학은 발굴이나 조사한 것들을 가지고 과거 인간의 행위나 역사의 퍼즐을 맞추는 학문입니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상상력과 학문적 엄격함과 진지함, 그리고 수많은 실패와 인내가 필요할까요?
대표적인 예를 들어봅시다. 1799년 발견된 ‘로제타석’에서 고대 이집트를 읽어내는 일은 만만한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집트의 ‘상형문자(glyphs)’가 그림 상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세월이 흐르고서야 이 ‘상형문자’가 사물이 아니라 소리를 나타내는 ‘표음문자’임을 알아냅니다. 그리고 프랑스 언어학자인 장 프랑스와 샹폴리옹은 이 문자를 해독합니다. 이후로 고대 유물은 수집의 대상이 아니라 연구 주제가 된 것입니다. 고고학만으로 고대 문명을 복원할 수는 없습니다. 발굴자와 문헌 기록을 연구하는 사람의 협업이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존 가드너 윌킨슨은 고고학적 발굴물과 명문을 결합해 고대 이집트 문명의 역사를 제대로 묘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책 <고대 이집트인의 생활 태도와 관습>이 바로 이런 연구의 결실입니다.
저자 브라이언 페이건은 해박한 고고학적 지식으로 이집트, 빙하기의 유럽, 그리스와 터키, 고대 바빌론, 아프리카, 고대 인도, 중국, 마야, 멕시코, 등 전 세계 선사시대와 고대의 역사가 어떻게 탐구되고 역사로 기록되었는지는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와! 도대체 저자가 어떤 사람이기에 고고학의 역사를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알려줄 수 있을까요?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페이건은 유명한 고고학자요 인류학자네요. 그가 쓴 책들이 많이 번역되어 있습니다. <피싱(인간과 바다 그리고 물고기>, <위대한 공존(숭배에서 학살까지, 역사를 움직인 여덟 동물)>, <세계 선사 문화의 이해(인류 탄생에서 문명 발생까지)>, <인류의 대 항해(뗏목과 카누로 바다를 정복한 최초의 항해자들)>, <완벽한 빙하시대(기후변화는 세계를 어떻게 바꾸었나)> 등등. 지금 이 시대에 꼭 필요한 고고학적 연구 결과입니다. 이 책의 역자 성춘택 교수도 ‘옮긴이의 말’에서 페이건이 정의한 고고학을 잘 설명해 놓고 있습니다. 선사시대와 고대의 인류 역사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아니 인간과 세상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결단코 실망하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