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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라이트의 십자가
크리스토퍼 J. H. 라이트 지음, 박세혁 옮김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19년 9월
평점 :
예수님의 십자가를 이야기하고 그 십자가의 의미를 전하는 것은 기독교회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일입니다. 크리스토퍼 라이트가 복음서의 예수 십자가에 관한 본문들을 가지고 어떻게 십자가의 의미를 풀어냈는지 궁금해서 이 책을 펼쳤습니다.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현대를 위한 구약윤리>와 ‘구약의 빛 아래서’ 시리즈 세 권을 통해 성경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에 대해 배운 바가 많기에, 이 책에 대한 기대도 컸습니다. 그는 저 유명한 존 스토트 목사님의 사역을 잘 이어받아 감당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원제목은 <Let the Gospels Preach the Gospel>입니다. 직역하면 <복음서가 복음을 전하게 하라> 정도가 될 것입니다. 저자는 마태복음 26장, 누가복음 23장, 마가복음 15장, 요한복음 19장을 텍스트로 해서 마지막 만찬, 베드로의 부인, 모욕받으심과 강도에게 하신 낙원에 대한 약속, 십자가에서의 죽으심과 백부장의 고백, “다 이루었다”라는 십자가의 마지막 말씀, 등을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연구와 설교의 결과물입니다.
이 책에서 보여준 설교의 본문들은 자신이 임의로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올 소울즈 교회(All Souls Church) 설교자 팀의 일원으로 할당된 본문을 가지고 준비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개인적인 메모를 통한 본문 읽기와 설교 준비부터 설교원고 작성까지 한 편의 설교를 준비하는 모든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따라서 이 책을 읽는 것은 저자가 설교를 어떻게 준비하는지도 엿보는 좋은 기회입니다. 먼저 그는 자신이 어떻게 설교를 준비하는지 ‘서문’과 ‘개인적 논평’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그는 설교하고자 하는 본문을 더 넓은 맥락에서 여러 번 반복해서 깊게 읽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마치 이 본문을 처음 읽는 것처럼 읽으면서 본문의 ‘안’과 ‘이면’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합니다. 신약의 본문에는 구약의 메아리가 존재하므로 이것을 염두에 두고 관련 구약 본문도 찾아 읽고 연구합니다. 해당 본문의 주석도 살피고, 설교 준비 노트에 메모하면서 설교의 개요를 만듭니다. 이 정도로 오랜 시간 깊이 설교를 준비하니 양질의 설교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와!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한국교회 여러 목사님의 설교가 표절 논란에 휩싸여 있는데, 이렇게 연구하고 설교할 수 있는 영국 교회의 모습이 부럽습니다.
성경 텍스트들을 논리적으로 제시하고 그것을 차분히 해설해 나가는 것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마지막 만찬의 의미가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부인하고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시고 모욕받으시며 십자가에 달려 운명하시는 모든 장면이 마치 내가 거기 서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또 그곳에서 목격했다 할지라도 다 이해하지 못했을 십자가의 의미, 그 복음을 확실하게 붙잡을 수 있습니다. 기독교의 본질인 십자가 복음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싶은 모든 사람, 십자가의 복음을 설교하는 목사님들이 꼭 보았으면 합니다. 십자가는 절대적 진리와 구원을 부정하는 지금 시대에도 여전히 가장 좋은 소식, ‘복음(Good News)’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