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 : 나를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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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쯤 배철현 교수의 <수련>을 인상 깊게 읽었다. 서울대 종교학교 교수이며 견명원 운영위원인 저자는 지혜롭고 평온하게 살고자 하는 자들에게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를 준다. 그는 참 자아를 찾아가는 여정을 심연, 수련, 정적, 승화의 네 단계로 나누어 한 단계씩 책으로 엮어내고 있다. <심연>은 읽어보지 못했는데, <수련>을 읽으면서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야말로 인생의 위대한 길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수련의 단계는 마음의 깊은 연못으로 들어가 진부한 습관에 젖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본 후, 나답지 않은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 책은 나에게 참 자아를 찾는 여정을 시작하라고 강력하게 도전했다. 내가 <수련>의 다음 단계인 <정적(靜寂)>을 기대했던 이유다.


정적은 잠잠한 호수 같은 마음 상태로, 이 고요함을 유지하려면 그 안에 부단한 움직임을 품어야 한다. , 정적(靜寂)은 정중동(靜中動)이다. 정적을 통해 자기 자신이 변화하는 고요한 울림을 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마음의 소용돌이를 잠재우는 평정의 시간이 필요하다. 저자는 성경 잠언 33절을 설명한다. ‘친절’(헤세드, hesed)진실’(에메스, emeth)심장의 서판’(루아흐 레브, luah leb)에 새겨야 한다. ‘친절이란 어머니의 사랑으로 인간 안에 각인된 DNA로 인간생존의 핵심이며, ‘진실은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는 소중한 가치를 말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심장의 서판에 새긴다는 것은 한마디로 명심(銘心)’이다. 저자는 탈무드의 한 구절을 소개하는데, 마음에 오래 남는다. “누가 지혜로운가? _ 모든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사람이다. 누가 강한가? _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는 사람이다. 누가 부자인가? _ 자신의 몫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누가 존경받을 만한가? _ 자신의 동료들을 존경하는 사람이다.”(p. 45).


평정에 이어 부동’, ‘포부’, ‘개벽순으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조용한 기적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려준다. 명상을 통해 아무도 모르게 갈아놓은 도끼날처럼 자신을 준비해야 한다. 인간은 전체의 일부가 아니라 자신만의 독창적인 생각을 지닌 개인이기 때문이다. 삶의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을 만들어갈 수 있다. 과연 인간 개개인은 어떤 포부(抱負)를 가져야 하는가? 우리는 무엇을 깨달아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를 나답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우리는 개벽(開闢), 나를 깨우는 고요한 울림에 이르러야 한다. 그러기까지 우리는 마음에 붙어 있는 온갖 찌꺼지인 가식, 이기심, 집착 등을 버리려 해야 한다. 절제하며 지금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지금보다 더 시급한 시작은 없고, 더 젊은 시절도 없으며, 더 완벽한 순간도 없기 때문이다. 뒷부분에 나오는 우직(迂直)’이란 단어가 마음에 든다. 손무의 <손자병법>에 나오는 이우위직(以迂爲直)”을 줄인 말이다. 적이 예상하지 못하는 험한 길을 통해 적을 습격한다는 뜻으로, 남보기에는 먼 길()이지만 실상은 지름길(곧을 )이라는 것이다. 남들이 보기에 멀어 보여도 자신의 길을 지키며 때론 침묵하며 묵묵히 그 길을 가야 한다. “나는 나의 길을 지킨다”(39:1)는 말씀처럼 자신의 길 위에서 흔들림 없이 묵묵히 정진하고자 하는 결의가 필요하다.


이번 독서에서 화두로 던져진 28개의 단어 중, 특히 명심(銘心)’우직(迂直)’이라는 두 단어가 내 마음 판에 새겨졌다. 다음에 나올 책, <승화>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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