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음 가이드북 - 삶을 여행하는 초심자를 위한
최준식 지음 / 서울셀렉션 / 2019년 8월
평점 :
최준식은 죽음학 전문가이다. 나는 오년 전 그의 저서 <죽음학 개론>과 <임종준비>을 접했다. 저자는 죽음을 말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죽음 교육의 중요성을 설파하며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을 주장했다. 그리고 이 책들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와 장례 준비를 어떻게 할지 구체적으로 제시해 놓았다. 이번에 출간된 <삶을 여행하는 초심자를 위한 죽음 가이드북>에서도 그는 죽음 공부는 미리 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한다. 임종이 다가왔을 때 죽음 공부나 죽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그때는 죽음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죽음에 대해 논리적 연구의 결과물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문화와 종교 속에서 죽음에 대해 어떤 성찰의 말을 했고, 근사체험을 했는지, 또 사후 세계에 대해 어떤 주장을 했는지를 단편적으로 수록하고 그들에 대한 소개와 최준식의 작은 단상을 적어놓았다. 종교와 문화를 떠나 죽음에 관해 독자 마음에 와닿는 내용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펴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기독교, 신비주의의 다양한 죽음 인식과 서로 충돌되는 사후 세계를 말하고 있어서, 나 같은 독자들은 죽음 이후에 대한 저자의 주장이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저자가 죽음 후에도 영혼은 사멸되지 않으며 사후 세계가 반드시 있다고 믿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 책에서 나에게 인상 깊었던 글은 다음과 같다. 삼성그룹을 세운 이병철 회장이 죽기 한 달 전 가톨릭 사제에게 죽음에 관한 스물네 가지 질문을 던졌다. 사실 임종 때 이런 의문을 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 이병철 회장은 이런 질문을 던짐으로 죽음학 권위자 퀴블러 로스의 말대로 ‘죽음은 인생의 마지막 성장 기회’임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죽음을 맞이하자”는 건축가 정기용의 말이다. 평생 돈, 명예, 쾌락만 좇다가 죽음이 가까이 오면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매달리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죽음에 직면해 영혼의 성장을 이루어야 한다.
아주 오래 전 헨리 나웬(Henri Nouwen)의 <죽음, 가장 큰 선물>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는 잘 죽고 싶고 다른 이들이 잘 죽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죽음에 직면해 꽉 쥐었던 주먹을 펴고 무력함 속에 감추어진 은혜를 신뢰할 수 있다면 죽음은 오히려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나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의미 있는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