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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지혜 - 삶을 관통하는 돈에 대한 사유와 통찰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4월
평점 :
저 유명한 소설 <비터문>의 저자인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돈의 지혜(La sagesse de l’argent)>라는 제목으로 돈에 관한 에세이를 세상에 내놓았다. 돈은 있어도 문제이고 없어도 문제인 애물단지다. 따라서 이 세상에 돈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이 책은 돈에 대해 다양한 생각들에 대해 엄청나게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하는 매력적인 저술(著述)이다.
‘Part 1. 숭배하는 무리, 경원하는 무리’에서는 돈에 대한 상반된 시선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작가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기독교의 성자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파스칼, 교황청과 개신교 교회, 종교개혁자 칼뱅과 자본주의, 칼 마르크스와 사회주의, 프랑스 철학자 에마뉘엘 무니에와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에 이르기까지 돈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태도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영미권 사람들이 성(性)대해 내숭을 떠는 대신 돈에 관해서는 노골적으로 밝히는 데 반해 프랑스인들은 돈을 금기시하며 비판하는 척한다고, 저자는 꼬집어 지적한다. 이는 ‘3장. 프랑스에서 돈은 금기다’와 ‘4장. 미국의 영혼은 돈이다’라는 제목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사람들은 외적으로 돈에 대해 이렇게까지 다양하고 상반된 태도를 보이지만, 내면적으로는 비슷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Part 2. 금송아지를 둘러싼 세 가지 신화’에서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돈에 관한 가지고 있는 신화 세 가지를 언급한다. 그것은 돈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믿음과 풍요가 불행을 낳는다는 주장, 그리고 돈에 대한 탐욕 때문에 순수하고 숭고한 사랑도 사라진다는 생각이다. ‘Part 3. 리치 오블리주(rich oblige)’에서는 제대로 돈쓰는 법을 익혀 부르주아적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가 죄악은 아니며, 반대로 가난이 꼭 미덕인 것만은 아니다. 시대에 따라 가난은 다양한 의미를 띠게 되었다. 예컨대 중세에는 가난한 자가 하느님의 순례자였지만, 르네상스 시대에 가난뱅이는 게으름뱅이 취급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혁명으로 가난뱅이는 분노하는 민중으로 국가의 기틀을 마련하는 자로 평가받았다. 그리고 오늘날 빈곤은 현대성의 실패를 보여 주는 것일 뿐이다. 저자는 오늘날 새로운 빈곤자들이 스스로를 ‘웰빙의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데, 이것은 삐뚤어진 이상화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가난한 자도 부를 얻기 원하고 이런 욕망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 서론에서 ‘돈의 지혜’란 ‘돈을 갖는 것이 지혜’라는 의미도 있고 ‘돈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는 것이 지혜’라는 의미도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나는 이 책을 통해 어떤 돈의 지혜를 얻었는가? 저자가 결론에서 말한 대로, 돈을 신성시하지 말고, 지나치게 사랑하지도 말고 혐오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렇다. 돈에 대한 양 극단적인 생각을 버리고, 변증법적으로 돈을 대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 돈에 관해 좀 더 유연하고 자유로운 태도를 취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