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눈앞의 현실 - 엇갈리고 교차하는 인간의 욕망과 배반에 대하여
탕누어 지음, 김영문 옮김 / 378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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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춘추를 해석한 책, 좌전(左傳)! 나는 <좌전>이라는 이름은 들어보았으나 부끄럽게도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다. 타이완의 전방위 인문학자 탕누어가 좌전에 관해 매일 8,000자를 쓰고 그중 300자를 남기는 독특한 집필방식으로 쓴 책이라고 해서 기대했다. 이 책, <역사, 눈앞의 현실>을 통해 <좌전>에 대해 공부하고 인간과 역사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었다. 이 책이 좌전에 대한 주석이라 생각했는데, 읽어보니 전혀 그렇지 않아 약간 당황스러웠다. 왜냐하면 나는 한번도 <좌전>을 접한 적이 없는데, <좌전>의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쓴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근차근 읽어내면서 이 책의 깊이에 매료되었다.

 

저자 탕누어는 무엇보다도 <좌전>의 기록들이 진실이라고 믿고 <좌전>을 깊이 있게 읽어냈다. 그는 춘추시대의 인물들, 그들이 가지고 있던 삶의 욕망들, 이것으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사건들을 현대 문학가나 사상가들의 가르침과 연결시켜 새롭게 성찰한다. 그러니까 좌전의 역사 배경인 춘추시대와 현재의 시대를 자유롭게 연결시키며 사유한 결과물이 이 책인 것이다. 1장은 자산(子産)이라는 정(鄭)나라의 정치가에 대한 깊은 생각과 평가들이 담겨있다. 2장은 <좌전>의 저자인 좌구명(左丘明)과 그의 책 집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3장은 문학적 상상력을 가지고 풀어낸 <좌전>에 나오는 수많은 꿈 이야기들이다. 4장은 <좌전>에 많이 기록된 근친상간으로 표현된 인간의 정욕과 정감의 문제를 다룬다. 5장과 6장은 정치적 회맹(會盟)과 평화, 그리고 황당한 전쟁과 정당한 전쟁에 대한 생각들이 기록되었다. 7장과 8장은 음악, 시간 등을 소재로 자신의 생각을 펼쳐낸다.

 

탕누어는 자신의 저작 <역사, 눈 앞의 현실>을 다시 읽으면서, 자신의 책을 ‘문학작품’이라 평가했다. 그렇다. 이 책은 <좌전>을 텍스트로 하여 모든 시간과 공간을 가로질러 문학과 역사와 철학이라는 양념으로 멋지게 버무린 숙성된 문학작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 이 사건을 이런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구나, 아, 인간이란 이런 존재이며, 역사란 이런 것이구나’하고 감탄하게 된다. 인간과 역사에 대한 탕누어의 냉철한 지성과 뜨거운 열정이 깊게 배어있는 이 책은 인문학의 진수를 보여준다. 인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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