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10
알베르 카뮈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해설 / 생각뿔 / 2018년 9월
평점 :
품절


카뮈는 부조리한 세상과 인생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작가다. 그의 문제작 <이방인>은 아주 오래 전에 읽어 보았는데, 다시 읽으면서 나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몇 몇 장면들을 다시 마주하는 큰 기쁨을 누렸다. ‘생각뿔 출판사’에서 세계문학 미니북 중 하나로 이 작품을 내놓았다. 미니북이라서 삼일을 들고 다니며 교통수단이나 카페에서 짬짬이 읽을 수 있었다, 활자가 조금 작지만 읽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다.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도 허접하지 않고 내용의 밀도가 높다. 작가의 생애를 서술하고, 작품 <이방인>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표지도 고급스럽고 알베르 카뮈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담배 문 사진도 마음에 든다. 생각뿔 출판사의 세계문학 미니북 시리즈를 틈틈이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방인>은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주인공 뫼르소가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루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애인 마리와의 사랑, 이웃 레몽과의 만남, 그리고 바닷가에서 아랍인을 죽이는 사건까지, 일체의 가식이 없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 그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주인공을 무덤덤하게 묘사한다. 2부는 재판 받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부조리한 상황을 묘사한다. 그는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부조리한 상황에 맞서 싸운다. 그리고 그 결과로 사형 선고를 받지만 그는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 자유를 느끼게 된다.

 

주인공 뫼르소는 주변사람들의 상식과 어긋나게 말하고 행동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가 굳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주인공이 볼 때, 어머니의 죽음은 충격적이지도 그렇게 절망하거나 슬퍼할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결국 모두 죽기 때문이다. 사랑에 대해서도 그는 너무나 정직하게 말한다. 애인 마리가 자신을 사랑하느냐고 묻자, 그것은 별 의미가 없는 말이라고, 하지만 마리가 결혼을 원하기 때문에 결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아랍인이 빼든 칼날에 비친 태양빛 때문에 그 아랍인을 죽였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한 발, 그리고 한참 후에 잔인하게 네 발을 더 쏘았는가? 주인공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건 그저 우연일 뿐이다. 재판받는 과정에서도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 부조리한 상황에서 타인에게 자기를 맞추지 않고 부조리에 맞선다. 그리고 그 결과는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 책 제목이 <이방인>인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삶의 부조리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사실, 삶의 부조리는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이의 시선에 맞추어 타협하지 않고, 그냥 삶의 부조리에 직면하는 것이다. 이런 삶의 태도를 가지면 언제나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카뮈는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하면, 삶은 결코 불가능하다”고 말했단다. 부조리한 세상에서 그 부조리를 회피하지 않고 자신의 느낌과 생각대로 정직하게 반응하며 사는 것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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