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지혜
틱낫한 지음, 정윤희 옮김 / 성안당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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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 성서 전도서에는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다’고 선언한다. 여기, ‘헛되다’는 것은 ‘의미 없다’가 아니라 ‘덧없다, 무상(無常)하다,’ 즉, 모든 것이 변하며 너무 빨리 지나간다‘라는 뜻이 더 많이 담겨 있다. 전도자는 더 나아가 삶의 부조리를 관찰한다. 학대와 박해가 끊이지 않는 삶, 성공하여도 시기와 질투를 받는 삶, 열심히 부를 축적했지만 외로운 삶, 야심찬 비전을 가지고 얻은 권력의 무상함, 등을 말한다. 결국 삶의 현실을 보니 인생에서 무엇인가 얻으려고 애쓰는 것은 ‘바람을 잡으려는 수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도자는 전도서 곳곳에 ‘사람이 먹고 마시고 수고하는 것보다 그의 마음을 더 기쁘게 하는 것은 없다. 선을 행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은 없다. 이것은 모두 하나님의 선물이다’라고 말한다. 모든 것이 부조리하고 무상하지만 놀랍게도 그 속에서 행복하게 사는 비결을 제시하고 있다. 삶의 지혜는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매 순간을 느끼며 살는 것이다. 라틴어 격언, carpe diem(현재를 낚아채라)도 비슷한 뜻을 담고 있다. ‘마음 다해 오늘을 사는 것’ 이것이 덧없는 인생 속에서 삶을 제대로 살아내는 지혜다.

 

틱낫한의 <삶의 지혜>도 같은 맥락이다. 이 책은 마음 다해 오늘을 사는 구체적인 수행법을 알려준다. 스님은 불교의 일곱 가지 중요한 개념들인 공(空), 무상(無相), 무원(無願), 무상(無常), 무욕(無慾), 내려놓음, 열반(涅槃)을 설명한다. 공(空)과 무상(無相)은 존재론적 개념이다. 존재하는 것은 모든 것들로 가득 차 있으나 동시에 동떨어진 존재들의 비어 있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존재하는 것의 겉모습인 상(相)은 다르지만, 모든 것을 구별하고 차별을 두는 것은 妄念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든 것은 다양한 모습으로 계속 존재한다. 무원(無願)과 무상(無常)과 무욕(無慾)은 불교의 존재론적 개념으로부터 파생된 가르침이다. 현재 나의 존재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니, 신(God) 안에서 안식을 누릴 수 있다. 모든 것이 변하기 때문에 오히려 모든 것이 가능하니 항상 지금에 감사하고 지금 행복을 선택하고 누릴 수 있다. 내려놓음과 열반(涅槃)은 지속적으로 무원, 무상, 무욕을 실천하는 일과 그 궁극적 상태를 알려준다.

 

틱낫한은 이런 개념들에 집중하며 명상하는 수련법을 제시한다. 일상의 삶에서 의식적인 걷기 명상을 해보라고 제안한다. 천천히 걸으며 자신의 호흡에 100% 집중하다보면 스스로 자유로워진다. 때로는 편안한 자세로 좌선하며 복식호흡을 해 보란다. 마음의 평화로움을 방해하는 것들을 내려놓는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고통을 피하지 말고 직시하여 고통의 근원을 파악해 보라는 것이다. 인간은 호모 컨시어스(Homo conscius), 즉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존재이므로 마음 다함과 명상, 통찰력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틱낫한의 주장이다. 맺는 글에서 스님은 “시간은 돈이 아닙니다. 시간은 삶이고 사랑입니다”(p. 253)라고 말하며 자신이 제안한 수행법을 실천에 옮겨볼 것은 도전한다. 명상과 호흡을 위해 천천히 걷거나 멈춘다는 것은 결코 시간 낭비가 아니다.

 

나는 신과 세계와 인간에 대한 틱낫한의 불교적 가르침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려웠지만, 불교의 가치관과 추구하는 바는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명상과 걷기와 호흡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법은 기독교에서 말씀과 기도를 통해 추구하는 바와 통하는 데가 있다. 결국 우리는 종교를 초월해 사람과 자연만물을 사랑하며 오늘을 누리며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우리에게는 마음을 다해 오늘을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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