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미술관 - 미술관 담장을 넘어 전하는 열다섯 개 그림 이야기
이소라 지음 / 혜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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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넘게 지속된 폭염과 열대야로 심신이 지쳤다. 휴가기간에는 숙소에서 느긋하게 한 두 권의 책을 뒤적였는데, 올해는 가져간 책 표지도 열지 못했다. 그 중에 한 권이 <한밤의 미술관>이었다. 휴가에서 돌아와 열대야에서 살아남기 위해 밤에도 집 거실에 에어콘을 켜 놓고 책상을 내놓았다. 덕분에 늦은 밤까지 책장을 넘길 수 있었고, <한밤의 미술관>과 함께 미술관의 뜨락을 거닐 수 있었다. 적지 않은 화가들의 삶을 엿보았고 그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세계의 여러 미술관들도 소개 받은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이 책, 여러 가지로 마음에 든다. 우선 저자의 글 솜씨가 뛰어나다. 작가는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줄 수 있는 화가의 삶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어찌나 담백하면서도 흥미롭게 들려주는지 그만 화가의 감정에 푹 빠져버린다. 작가는 첫 번째로 브와디스와프 포드코빈스키와 그의 작품 <광분>을 소개한다. 3미터가 넘는 대작인 이 작품은 대중의 반향을 불러일으키는데 성공했지만 화가가 기대한 값에는 팔수가 없었다. 화가는 갤러리로 가서 칼로 자신의 그림을 찢어버렸다. 공교롭게도 칼로 찢긴 부분은 말 위에 올라탄 여자였다. 왜 그랬을까? 그리고 전시가 끝나고 일 년이 채 되지 않아 화가는 폐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또 한 명의 화가 이야기가 아련하게 다가왔다. 존 윌리엄 고드워드! 신고전주의에 매료된 그는 당시 유행하는 미술사조에 눈을 돌리지 않고 신고전주의 화풍의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고전주의의 발상지인 이탈리아에서조차도 그의 그림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는 스스로 삶을 마감한다. 그의 유서에는 “세상은 나의 그림과 피카소의 그림을 모두 받아들일 만큼 크지 않다.”고 쓰여 있었단다. 이소라는 이렇게 덧붙인다. “고드워드가 캔버스 위에 그려낸 아름다움은 마치 고난의 시절 한가운데서 한 줄 한 줄 써 내려간 달콤한 시어(詩語)같다.”

 

이외에도 소개된 화가와 그들의 작품은 많은 생각과 질문을 하게 한다. 비비안 마이어나 에곤 실레, 이들의 이중적인 모습은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모델에서 화가로 인생을 바꾼 빌리동, 그녀는 아들의 친구와 연인관계로 살았다. 그녀는 그림뿐 아니라 실제 삶에서도 금기와 경계를 넘나들었던 것이다. 이런 그녀의 삶과 작품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것일까? 우울감과 불안 속에서도 계속 그림을 그리던 빈센트 반 고흐, 그의 작품은 오히려 강렬한 생명력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소개하는 화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을 소개한다는 점이다. 미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큰 자극을 주는 좋은 기획이다. 미술애호가들은 책이나 사진에서 볼 때와 실제 미술관에서 볼 때 작품이 주는 감동이 얼마나 다른지 알기에 소개받은 그림들을 직접 보고 싶어 한다. 이 책이 그런 마음에 불을 지핀다. 또한 이 책의 저자가 자기만의 방식으로 들려주는 화가와 작품 이야기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무더운 여름밤 때로는 마음의 위로를 얻고 삶의 의지를 다잡아 본다. 이 책 덕분에 살인적인 폭염의 2018년 여름밤을 미술관의 뜨락에서 행복하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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