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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 매일 철학 - 일상의 무기가 되어줄 20가지 생각 도구들
황진규 지음 / 지식너머 / 2018년 6월
평점 :
철학하면 삶의 현실과는 관계없이 추상적인 이론에 집착하고 논리만을 따질 것 같다. 그런데 황진규는 ‘실용적인 철학’을 표방한다. 저자 자신도 철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다. 회사를 다니다 철학을 접하고는 ‘철학 오타쿠’가 되었단다. 그는 머리말에서 오타쿠를 “전문가보다 더 전문적인 비전문가”라고 정의했다. 철학 오타쿠로서의 자긍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가 철학을 ‘덕질’하면서 삶의 즐거움을 발견했고 그것이 자신의 삶을 구원했다고 말한다. 그러고 보면 앎과 삶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인 듯하다. 어쨌든 ‘앎이 아니라 삶에 포커스를 맞춘 생활 철학서’란 말이 너무 가슴에 와 닿았다. 저 유명한 철학자들의 주장을 나의 삶에 하나씩 대입해 보고 싶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첫 장을 연다.
첫 번째 철학자는 르네 데카르트(Rene Descartes)다. ‘cogito, ergo sum’(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말한 그의 선언은 우리 삶에서 의심하는 용기를 가지라고 도전한다. 익숙한 삶, 안전하고 편안한 삶과 그것을 정당화하는 모든 것까지 과감하게 의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철학자는 파스칼(Blaise Pascal)이다. 그의 책 <팡세>를 읽었는데 기억나는 것이 거의 없었다. 황진규는 친절하게 파스칼의 철학이 인간의 ‘심정’ 특히 인간의 ‘허영’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설명해준다. 파스칼의 철학은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만이 아니라 감정적이고 불투명한 존재임을 깨닫게 해 주었다.
이 책, 이런 식으로 20명의 철학자의 사상을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며, 그들의 철학이 우리네 삶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려준다. 철학자를 소개하는 각 장의 제목을 모두 의문문으로 정하고 각 철학자의 개념적 전환을 촉발한 단어를 소개한다. 예를 들어, 칸트를 소개하는 장은 “경험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까요”라고 제목을 정하고 그 아래에다 “칸트의 ‘아 프리오리’라고 적었다. 프로이트에 관해서는 ”마음이 왜 마음대로 안 될까요?“라는 제목과 함께 ”프로이트의 ‘초자아’“라는 소제목을 달았다. 각 장마다 ‘아는 척 매뉴얼’ 섹션을 넣어 좀 더 철학적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며 개념적 전환을 촉발한 각 철학자의 주장을 정리해 놓았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철학서다. 책을 잡은 지 삼일 만에 그 어렵다는 철학서를 다 읽었다. 다 읽었다는 데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라, 읽고 나니 저절로 서양철학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밝혔듯 그는 서양 철학사를 쓰고 싶었단다. 결국 앎과 삶은 떨어질 수 없는 관계에 있다. 한 명의 철학자와 그의 새로운 철학 개념이 우리네 인식에 개념적 전환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철학사를 앎으로써 그런 개념적 전환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분명 ‘앎’보다 ‘삶’이 중요하지만 ‘앎’이 없으면 ‘삶’이 변하지 않으니, ‘삶의 위한 철학공부’는 ‘앎을 위한 철학공부’까지 겸해야 하는 것이다.
정말 멋진 철학책을 읽었다. 앎도 풍부해졌고, 생각의 유연성을 키우고 사고의 전환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내가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지 고민하는 모든 분들에게 철학이 없는 얄팍한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서양철학 흐름을 붙잡게 하는 이런 철학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