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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 더 나은 삶을 꿈꾸는 당신에게
로먼 크르즈나릭 지음, 강혜정 옮김 / 원더박스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 삶은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로 가득 차 있다. 이런 문제들에 대응하는 방식도 얼마나 다양한가? 그렇다면 나는 지금 제대로 가치판단을 하고 올바른 삶의 방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로먼 크르즈나릭은 알랭 드 보통과 함께 런던의 ‘인생학교(The School of Life)’ 창립 멤버로 영국 최고의 '라이프스타일 철학자'로 명성이 높다. 그가 쓴 <일: 일에서 충만함을 찾는 법>을 읽고 어떤 주제에 대해 역사적으로 폭넓게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이번 책 <역사가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인생의 열두 가지 중요한 주제들을 역사적 방식으로 접근하여 삶의 지혜를 얻고자 한다. 삶의 다양한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먼저 역사를 탐사해 보아야 한다. 이 책의 원제는 <원더 박스(the Wonder Box)>다. 역사라는 흥미로운 전시실에 들어가 보자는 뜻일 게다. 역사라는 ‘원더 박스’에 들어가야만 삶의 모든 문제를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할 것을 요구한다. 사랑, 가족, 공감, 직업, 시간, 돈, 일상의 감각, 여행, 자연, 신념, 창조성, 죽음의 방식에 대해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어떻게 살았는지 매우 흥미롭게 알려준다.
‘사랑’에 대해 읽으면서 내가 사랑에 대해 얼마나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졌는지 깨닫게 된다. 나는 에로스와 아가페를 대립적 관점에서만 생각했는데 저자는 사랑의 다양성을 말하며 이렇게 조언한다. 완벽한 사랑을 찾으리라는 생각을 버리고, 하나의 관계 속에서도 사랑의 변화가 많으므로 때에 걸맞은 사랑을 꽃피워야 한다! ‘가족’에 관해서는 자녀 양육이나 가사분담 같은 문제는 환경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 것이지 생물학적으로 ‘분리된 영역’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히면 안 된다고 명확하게 말한다. ‘공감 결핍 사회’에서 언급한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 공감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조언들은 뻔뻔할 정도로 개인주의적인데, 역사적으로 보면 타인에게 공감하는 사회 운동에 헌신한 자들은 그 과정에서 삶의 의미와 성취감을 느꼈단다. ‘시간’에 대해서 서양의 단선적인 시간관과 동양의 순환적인 시간관을 설명하고 단선적인 시간의 횡포와 순환적인 시간의 포로에서 벗어나려면 ‘느리게 사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또한 근시안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미국 인디언처럼 “핀 페예 오베”(산을 쳐다보라)라고 말하며 먼 미래도 볼 줄 알아야 한다. ‘돈’에 관해서는 소로의 조언대로 개인 소비를 줄여보고 공동체 네트워크 등을 통해 생활비용을 절감할 수도 있겠다.
저자는 역사를 통해 현재 우리가 사랑하고 일하고 창조하는 삶의 방식이 유일하게 옳고 가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호기심과 상상력을 가지고 역사를 들여다보면, 의미 있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까지 습관적으로 생각하고 취했던 삶의 방식을 좀 더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철학적으로 파고들면 결코 쉽지 않은 삶의 주제들을 다루고 있지만, 지금 내 삶에서 적용해 볼 수 있는 좋은 제안들로 가득 차 있다. 로먼 크르즈나릭을 ‘라이프 스타일 철학자’라고 일컫는 이유를 알 만하다. 흥미롭고 실제적인 책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