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수업 - 고난 당한 이에게 바른 위로가 되는 책
캐시 피더슨 지음, 윤득형 옮김 / 샘솟는기쁨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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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자 윤득형은 사랑하는 이를 잃고 상실감에 빠져있는 자들을 상담하고 그들의 슬픔을 치유하는 일에 헌신한 목사다. 그의 책 <슬픔학 개론>을 읽고 많은 유익을 얻은 터라 그가 번역한 캐시 피터슨의 <애도 수업>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는 <애도수업>이 자신이 다닌 신학대학원의 ‘슬픔치유를 위한 목회상담’ 수업 때 읽었던 책이라고 소개한다.

 

저자 캐시 피터슨은 이 책에서 남편의 암투병과 죽음, 그의 장례를 치루면서 경험했던 좋은 위로와 부적절한 위로를 진솔하게 말한다. 중년의 남편이 암 진단을 받은 그 충격적인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혼자만의 시간, 충격을 완화하는 시간, 그리고 위로의 시간이었다. 그 때 지인의 격려카드와 긍정적인 짧은 전화통화는 큰 힘이 되었단다. 그런데 저자가 알아차린 사실은 어떤 사람들은 환자나 가족들의 대화가 병과 관련된 내용에 국한되어 있다고 오해한다는 것이다. 나도 병문안을 하면 주로 현재 환자가 싸우고 있는 질병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누었던 것 같다. 투병 중에 있는 분과 가족들은 아프기 이전의 일상적인 삶에서 완전히 격리된 것이 아닌 데도 말이다. 그들은 여전히 일상의 삶을 살아내야 한다. 평소에 함께 나누었던 삶의 소소한 이야기들, 취미와 관심거리들을 나누는 것이 오히려 환자와 그 가족에게 큰 힘이 될 것이다. 정성이 담긴 음식이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책들을 선물하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또한 오랜 시간 환자를 돌보다 보면 집안일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것들을 채워주는 세심한 배려에서 참된 격려가 이뤄지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13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에서 환자와 환자 가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의 목록 45가지와 어울리지 않는 선물 10가지를 적었다. 매우 구체적이고 실제적이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도 제시하고 있어서 선물을 준비할 때 살펴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가족에게 위로한다고 하는 말 중에 오히려 상처를 주는 부적절한 것들이 있다. 저자가 14장에서 제시한 것 중 하나는 “그는 더 좋은 곳에 있어”라는 말이다. 이런 위로의 말은 사실이지만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할 수 없다는 상실감으로 슬퍼하는 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죽은 사람은 죽은 거고 산 사람은 살아야지” “너무 슬퍼하지 말어” “바쁘게 살아야 슬픔을 잊을 수 있어” 등등. 나름 위로하겠다고 이런 말을 하는 문상객들이 많다. 사실, 진정한 위로는 해결책 제시나 충고가 아니라, 현재 슬픈 당한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보고 함께 슬퍼해 주는 것이 아닐까? 번역자 윤득형은 에필로그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애도 과정을 겪는다고 말한다. 그렇다. 삶이 다르듯 죽음도 슬픔도 다르며, 애도 과정도 다를 수밖에 없다. 진정한 위로자가 되려면 함께 있어주면서 슬픔 당한 자의 필요를 세삼하게 살펴 채울 수 있어야 한다. 이웃에게 기쁜 일이 있을 때 함께 있어 주는 것보다 더 큰 축하는 없을 것이며, 슬픈 일이 있을 때 함께 있어 주는 것보다 큰 위로는 없을 것이다. 자신의 관점에서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공감과 나눔의 자세로 옆에 있어줄 일이다.

 

이 책은 지극히 상식적이지만 미처 생각해보지 않는 것들, 하지 말아야 할 잘못된 위로의 말들을 알려준다. 또한 말의 위로를 넘어 세심한 관찰을 통해 필요를 채워주고자 하는 노력이 참된 위로가 된다고 말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요한일서 3장 18절)라는 성경구절이 떠올랐다. 슬픔을 당한 자들에게 다가가 참된 위로와 격려를 하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이 책, 의미 있는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기 원하는 크리스천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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