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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 서울대 가다 ㅣ 탐 철학 소설 36
김경윤 지음 / 탐 / 2018년 2월
평점 :
‘탐 철학 소설’ 시리즈는 ‘토토북’의 ‘청소년출판 전문브랜드 탐’에서 기획 출판한 것이다. 시리즈36 <허균, 서울대 가다>는 이 시리즈에서 내가 처음 읽은 책이다.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의 저자라는 사실 이외에 허균에 대해 아는 것이 없기에, 청소년 책을 통해 ‘허균’에 입문하고자 했다. 청소년 책이라 우습게 생각했는데 꽤 깊이가 있어, 허균의 삶과 그의 작품을 알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저자 김경윤은 인문학 작가이며 자유청소년도서관 관장이다. 그는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허균의 삶을 소개한다. 허균이 21세기를 산다면 어떤 모습이었을까? 저자는 무척이나 설득력 있게 허균의 삶의 자리를 설정한다. 허균의 형 허봉은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누나 허초희(허난설헌)은 페미니스트다. 허균은 서울대에 입학하여 교육혁명을 꿈꾼다. 허균은 고등학교시절 ‘이달’이 주인인 손곡서점에서 ‘무륜당(無倫堂)’이라는 모임을 주도하고 후에 <홍길동전>이라는 역사소설을 만든다. 저자는 실제 <홍길동전> 시작부분을 조선의 문체 그대로 소개한다. 홍길동전의 내용은 만화를 통해 다 알고 있지만, 이렇게 원문으로 맛본 것은 처음이다. 갑자기 <홍길동전> 전체를 읽고 싶어져서 인터넷 서점에서 찜해 놓았다. 저자는 홍길동전을 소개하면서 슬쩍 <체 게바라 평전>도 알려준다.
어머니의 지시로 낙산사로 간 허균은 <고기집 앞에서 입맛을 다시며>의 원고를 정리한다. 이는 허균이 쓴 책 <도문대작(屠門大嚼)>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부록에 있는 ‘허균의 작품과 사상’을 들추어보면 많은 도움을 얻는다. 덕분에 ‘(짐승) 잡을, 백정 도(屠)‘와 ’씹을 작(嚼)’ 같은 어려운 한자도 익힌다. 낙산사의 개(犬)인 ‘무심(無心)이’와의 대화는 우리 사고(思考)의 허점을 여지없이 찌른다. 이를 통해 저자는 허균의 장편시 <산구게(山狗偈)>를 알려준다. 이 작품은 저자의 불교적 사상을 엿보게 한다.
형이 죽고 허균은 일기장에 “천하의 가장 두려운 존재는 국민뿐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쓴다. 이로써 허균의 <호민론(豪民論)>의 내용을 알려준다. 허균은 이 책에서 백성을 항민(恒民), 원민(怨民), 호민(豪民)으로 분류한다. 사회 구조의 모순을 파악하고 큰 뜻을 품고 사회를 변혁시키고자 하는 호민(豪民)이야말로 저항적 지식인으로 진짜 혁명가인 것이다.
이 책, 허균 입문서로 너무나 탁월하다. 단순히 <홍길동전>이 최초의 한글소설이라는 의의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허균의 삶을 배경으로 그의 작품과 사상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소설 부분뿐 아니라 부록에 있는 내용 중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청소년들 이 책을 교재로 독서토론을 하면 제격이다. 나도 앞으로 ‘탐 철학 소설 시리즈’에 관심을 갖고 한권씩 읽어봐야겠다. 허균에 대해 참으로 많이 배운 유익한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