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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과 잔혹의 커피사
마크 펜더그라스트 지음, 정미나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책 제목 하나만큼은 근사하다. 커피의 역사가 단 두 개의 단어로 압축하면 매혹과 잔혹이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이 책은 과유불급이었다. 커피에 관해 너무나 많은 내용을 담으려다 보니 매혹과 잔혹이라는 큰 주제에 온갖 커피의 무역 과정과 가격적인 수요 공급, 커피 브랜드의 활동까지 다 버무려 집어넣었으니 과연 커피의 역사라 하더라도, 누가 이걸 다 읽고 커피의 역사적인 의미까지 되짚을 수가 있겠는가라는 의문이다.
이 책을 골라서 읽은 이유는 워낙 커피를 좋아하고 커피를 한 잔 내려 마시면서 그윽하게 퍼지는 한약처럼 쓴 맛에 향기는 감미롭게 젖어드는 기분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서 였지만 결국 600페이지 분량에 460페이지만 보고 접을 수밖에 없었다.
커피의 산지에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가격 싸움은 잔인하다기보다는 자본의 몰두이자 커피라는 농산물의 투기장의 역사를 책의 반이나 할애하는 지루함이었다. 무슨 사건으로 가격은 폭락하고 무슨 가문의 누구가 어떤 브랜드로 커피사업으로 대박 돈 벌었다 하던가, 이런 건 커피가 아니더라도 자본시장에서는 늘 상존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커피만의 특징으로 인하여 발생한 특이한 사건을 알고 싶었지만 일일이 다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방대한 사건들의 자료 수집하여 단순히 집대성하고 취합한 책에 불과하다.
너무 재미없는 책. 누가 이 책을 읽고 줄거리만이라도 기억을 다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급적 역사 책을 읽을 경우는 직접 메모해 가면서 하나하나 정리 차원에서 읽는다만은, 이 책은 정리하면서 읽다가 도중에 포기하게 되는 드문 책이다.
차라리 커피에 관한 문학책이나 읽어 볼 것은 권한다. 아니라면 커피학 개론이라는 책도 있다. 차라리 이런 책을 읽는 편이 오히려 커피를 맛나게 즐기고 마시는 방법이고, 커피의 이야기가 맛깔나게 될 것이다.
리뷰 길게 쓰고 싶지도 않다. 커피 협정, 무슨 위원회, 커피 판매 기업의 소송사건, 등등 이걸 다 모으고 자료를 조사한 것이 커피의 매혹적인 역사인가. 아니면 잔인한 역사인가? 책이 쓸데없이 길어 잔혹이었던건 아닐까 싶었다.
커피의 매혹에서 커피를 마시는 이유를 사회적 경제적인 측면, 세계사적인 그리고 일상적인 측면에서 고찰한 것도 아니고, 잔혹이라함은 커피가 노동집약적 산업이니 이익의 욕망에 대하여 생산에 따른 노예의 착취와 남미와 아프리카의 소작농, 계급적인 잔혹성과 피지배계급의 학대 등등 구체적인 이야기들 사소한 일부분만 언급되고 지나쳐 버린다. 왜 우리가 공정 무역으로 커피를 다루지 않으면 안 되는가에 대한 휴머니즘적인 관점에서 고찰은 너무 부진하게 다루었다. 자료의 수집과 정리를 나열한 것이 커피의 부조리와 조리의 이야기가 매혹과 잔혹이라는 주제에 더 다가갈 수 없었다는 판단이다. 커피가 돈벌이 수단, 욕망의 수단에서 벌어지는 사고와 사건이라면 너무 지엽적이기도 하니까.
지루한 나열된 이야기는 기억에 거의 남은 게 없다. 이 책을 읽어도 읽지 않는 거나 진배없다. 읽어도 읽었다 말할 수 없는, 몇 안되는 책.
에잇 커피나 한잔 마실란다. 그만 쓰겠다. 리뷰 쓰다 보니 짜응나서요. 스톱.!!~!
640페이지나 되는 책 두께에 비해 머리에 남아 있는 게 칼리가 커피 먹은 염소가 신나게 논다는 것만 기억난다.
아 뭐냐....이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