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의류 코너 매니저로 있으니 항상 퇴근이 늦는 편인데 어제는 딸아이와 함께 마중을 나갔습니다. 비교적 퇴근 시간 훨씬 전에 갔었던 터라 시간이 조금 남은 틈을 타서 마트 내에 있는 서점엘 들렀습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듯이 저도 지나칠 수는 없으니 또 주섬주섬 책을 펴들고 고르는 버릇이 발동되더군요. 얼마간 못 갔었던 그 사이에 서점의 책 분류 코너가 리뉴얼 되었던 건지 사진 책 코너가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약간 좀 서운한 기분도 들었지만 뭐 이해는 갑니다. 사람들이 별로 찾지 않는 책을 꼽아 놔봐야 재고만 쌓이는 책 들이니 사진 책 카테고리는 사라지는 코너 넘버원급이니까요.


역시나 서점의 분위기는 어느 서점이나 다를 바없이 소위 밀어주는 책 위주로 진열 되어 있고 비교적 잘 나갈만한 책들로 빼곡합니다. 그나마 잘 팔릴만한 책이라는 종류가 비슷한 걸 보게 되거든요. 그나마 여기는 창비와 문동 문지 이런 시집류가 한 코너가 있어서 얼쩡거리고 집어 든 시집들을 골랐습니다.




 




이병률 시인의 "눈사람 여관".

처음엔 시인인 줄 몰랐습니다. 그저 여행 사진 작가인줄 알았는데 시인으로 먼져 나온 작가라는 건 나중에야 알았죠.

여행 에세이가 뭔가 시의 스타일을 닮았다거나 문체가 시적인 은유와 기교가 상당히 많았으니 낌새를 알아 차리고도 남았지만 시인인 줄은 몰랐죠. 역시나 작가 이전에 시인이었으니 여행 에세이도 일반 사진가들이 쓰는 문체와는 상당하게 고급 지구나 싶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가 역시였습니다.

이 시집도 13쇄를 찍었을 정도니 시인으로써는 보기 드물게 상당히 알려진 유명 작가입니다.

여행 에세이 몇 권 읽긴 했는데 사진은 사실 그냥저냥 했어요. 역시 문장이 참 아름답구나 싶었죠.

사진적인 임팩트는 그다지 선호하는 분야는 아니었죠.






최근에 소위 뜨는 시인 중 한 분이죠. 류근 시인.

등단하고 얼마간 시를 전혀 발표하지 못하다가 최근에 TV에서 역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알려진 분입니다.


먼저 시집을 대충 훓터 봤는데요. 현대시의 난해함하고는 상당히 거리가 있게 시가 쉽게 읽힙니다. 쉬운 시가 눈에 속속 들어오는 듯 합니다. 그의 시 스타일이 쉬우면서도 느낌이 감칠 맛이 난다고 해야 할까요. 네 느낌 돋습니다.


오래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요즘도 시인 등단이야 매년 배출되지만 작품 활동을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분들은 배출 되는 수만큼은 안된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시를 소비하는 소비처도 적고 찾는 사람도 적고 그런데 생산력은 대단히 높고 소비는 안되는 공급과잉 같기도 하고, 아무래도 시를 소비보다는 저마다 쓰기 바쁜가 봅니다.


시만 그렇겠습니까. 사진을 찍다 보니 찍기만 찍고 소비가 안되는 정체 현상이 사진은 시보다 더 심합니다. 저마다 시인하고 싶고 작가하고 싶은 것은 알겠는데, 훌륭한 평론가이자 독자는 의외로 적습니다. 알라딘에 있다 보면 소비가 왕성한 것처럼 보여도 일상의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착시현상이 아주 크게 다가옵니다. 일상에서 시집 한 권 구경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이유일 것입니다. 네 물론 저의 책장에는 사진 책 코너와 비례해서 시집 코너를 만들어 둔 것은 다 사진의 감성의 메게로써 시적인 심상이 아주 유용한 이유이거든요.


간혹 일 년에 시집 한 권 읽어 본 적이 없는 사진 작가가 감성을 운운하는 거 보면 웃낍니다.







올해 신춘문예 시 분야의 당선작 모음집입니다.

신춘문예는 주간지 신문사 마다 연두에 주최하고 당선작품을 쓴 응모생을 시인으로 등단하는 제도인데요. 이에 당선작을 모아서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거죠. 아마 매년 나온 걸로 압니다.


시인하겠다고 해서 참고하려고 구매한 것이 아니라 현재에 시로 당선되는 추세와 시의 전반적인 스타일이 궁금해서 구입했습니다. 요즘 시가 문예창작학이나 국문학을 전공하지 않는 사람들은 상당히 읽기가 어려울 정도로 버거운 난해성 때문에 외면받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저야 물론, 신춘 제도가 옳으니 거르니 좋으니 나쁘니 같은 비평은 할 이유도 없고, 비평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또 그렇게 따질 게제도 못되고 따지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분위기와 전체적인 맥락은 짚어가다 보면 심사위원들의 스타일과 연결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중점을 두는 부분이 어디인지 가늠하는 교보재 성격은 아닌가 싶어서 구매했습니다. 심사위원들의 시 세계에 부합되면 당선이고 아니라면 낙선이겠죠. 그런데 문제는 그게 과연 앞으로 자신이 꾸준하게 시의 자기 세계를 열러갈 런지는 솔직히 누가 장담할 수는 없더군요. 항상 심사위원 선정 글에 보면, 다소 미흡하나 앞으로 꾸준히 시 세계의 지평을 열어갈 가능성을 가지고 선정했다고 뻥카를 날립니다. 물론 당선 시켜 줬으니 멈추지 말고 계속 이어가 줬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것으로 이해되기는 하나, 문학계에서  진짜 문학가보다는 타이틀 가진 허세 부리는 시인도 적지 않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기야 그렇게 진짜 배기를 골라 내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으니 참 난감하기도 할 것입니다. 


이제 며칠 연휴 때 시집을 주식 장만 했습니다. 기름기 흐르는 재사 음식에 이 정도 담백한 시집 반찬 정도는 뭐 나쁘지는 않을 것이니까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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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옥 2016-09-14 2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병률 시인 참 좋지예, 글이.
하루종일 찌짐 디비다가 인자 자리에 앉아봅니더.
시집 사다 읽는 사람 제 주위엔 거의 없어요
시인들조차 남의 시집 잘 안 읽는데요 뭐~
연휴가 길어서 푹 쉬시겠네요. 책도 많이 보시공. 메리 추석~~~

yureka01 2016-09-15 12:27   좋아요 1 | URL
아고 추석은 놀아야 하는 날. 많는 분들이 음식만들고 일하는 날이 아닌데 말입니다...우리 언제 쯤 바꿀 수 있을까요...생각한번 고쳐 먹는게 이렇게 어렵습니다. 고생하셧네요....네 저도 일상의 현실에서 주변에 책읽는 사람도 거의 없거든요.ㅎㅎㅎ 끈임없이 새로운게 나오는데 책과 정보 지혜가 없어 아는게 없다면 그야말로 개돼지 취급당하는 것이 아쉽죠. 시는 글쓰기를 위해서 문장력의 강도를 높이는데 아주 훌륭한 지침서 같아서도 좋고 사진에 이입시키기도 좋아서요.
감사합니다 메리 추석 되시길...

2016-09-15 18: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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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6 07: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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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8 17: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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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8 22: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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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8 17: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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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8 22: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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