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다가오면 항상 그동안 쌓였던 감정들이 폭발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뉴스에까지 나올 정도면 얼마나 빈번한지 직감하게 됩니다. 저는 어릴 때 종교적인 갈등이 너무 싫었습니다.)

 

오래전 이런 전통에서 살펴보면, 농경 사회에서, 시골 작은 동네에서는 형님 동생 하면서 부모가 물려준 농사로 그렇게 대를 이어 집성촌을 이루며 살았던 시대였습니다. 또한 공동체로 모아져야 농업에 유리했던 시대였을 겁니다. 혼자서는 농사를 이어갈 수야 없었으니까요. 협동할 수밖에 없는 필요조건이 충분조건이었지요. 그렇게 모인 마을에서 집안 단체로 공동으로 움직이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모인 곳에서 합일점을 이루고 이견 없이 그 전통으로 받아들여졌던 시대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모여서 살고 있는 경우는 일부 시골을 제외한 도시지역에서는 거의 없습니다. 함께 모여서 공동의 이익으로 뭉쳐야 할 시대도 아니고 각자 직업도 다르고 삶의 시간적 구성도 다른 것이 많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죠. 서로가 입장이 달라지니 충돌이 생기고 압력의 모멘텀이 강해지다 보면 명절이란 기회로 잠식되어 있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빵 터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벌초는 누가 해야 하고, 넌 왜 오지 않냐, 시댁을 먼저 가야 하나, 친정엔 안 오냐 등등 서열이 문제고 고부가 문제고 장서가 알력적이 됩니다. 형제간에도 힘의 균형추는 흔들거리고, 누가 잘했냐 못했냐 챙겼냐 못 챙겼냐라는 등등의 갈등이 명절이란 시간에 확연히 증폭됩니다. 

 

오래 전에 농사라는 일이 하늘의 뜻에 따랐죠. 무슬림이 모든 것을 알라의 뜻인 것처럼 농사의 일이 하늘이 주관하고 조상의 공덕으로 이루어 낸 것이라는 믿음은 오늘날에서는 하늘에 기대서만은 살아 갈 수는 없는 시대가 되었죠. 변했습니다. 이 변화성에 완강하게 전통이라는 고집은 자신의 정체성에 미련이 남았던 건지는 모를 일이지만, 벌초라도 하지 못하면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착각됐던 사람들에겐 강고하겠지요. 그러나 이런 주장에 반항은 변화된 상황에 야기될 수밖에 없는 현상입니다.

 

죽은 사람 눈치 보다가 옆에 살아 있는 사람과의 갈등은 사실 허무한 것입니다. 현재의 존재가 과거의 죽은 사람들에게 휘둘림을 당하는 것 역시 현재의 존재론적인 한계입니다.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은 사람 때문에 고통받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이거든요.

 

보세요.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멀러 떨어진 곳으로 벌초 가는 것이 차가 있길래 가능한 현대적인 반영일 뿐이지 여전히 소달구지 끄는 시대였더라면 멀면 갈 수가 없거든요. 물론 한 달 걸려서라도 갈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적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죠. 이렇게 현대적으로도 맞지 않는 관습을 죽을 만큼 지켜내야 할 가지가 있다고 주장 얼마든지 할 수는 있습니다만, 문제는 자신의 믿음과 주장에 대해서 강요를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강요가 될 때 저항을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어떻게 보면 다 부질없는 짓이고 의미 찾기 치고는 수준 낮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장과 강요가 충돌할 때, 먼저 우선 되어야 할 부분은 함께 같이 사는 사람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거라도 함께 사는 사람이 괴로워서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명절 전후로 평생을 같이 살았던 사람이 인연을 끊을 만큼, 이혼에 이를만큼 가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관습에서도 산 사람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그것들이 어디 쓸데라도 있을는지요.

 

하자는 대로 해주면 싸울 일이 없죠.

 

그런데요? 웃기는 것은 저희 집에서는 당신 편할 때로, 하기 싫으면 절대로 안해도 된다고 해도 구역 구역하려 드는 와이프가 이상해요.ㅎㅎㅎ그러나 한편으로는 이해 합니다. 시골의 완고한 동네에서 자란 와이프는 어릴 적 명절 때에 동네 전체가 확자지껄하며 잔치 분위기 나는, 그런 명절이 못내 아쉽고 그리워서 명절 분위기라도 내고 싶은 마음을 제가 너무나도 잘 아니까 해달라는 대로 해줄 뿐입니다. 결코 재사따위 때문이 아니라는 것. 결국 살아 있는 사람 때문이었거든요.

 

저 가요. 이래 봬도 명절 지짐 꿉기 경력 20년입니다.ㅎㅎㅎ. 죽은 사람 말도 들어주는데 함께 살아가는 사람 말 안 듣는 것.. 좀 아니죠.

 

즐거운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좀 싸우지 말고,ㅎㅎㅎ

 

산다는 거 이거요? 죽고 나면 다 별거 아닙니다.


댓글(56)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2016-09-16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7 0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7 0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8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강옥 2016-09-14 2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찌짐 디빌줄 안다꼬예?
느~ 무 느~무 착한 남편이시네요 ㅎ
우리집 아무개씨는 청소기 한번 안 돌려줍니더
황혼이혼 사유에 해당되겠지예? ㅋㅋㅋ

yureka01 2016-09-15 07:17   좋아요 0 | URL
많이 도우려고 합니다...고생시키는게 미안해서요.나때문에 일하고 생활하게 만들었으니 최대한 서로가 서로를 도와야 싸우지 않게 되더라구요.ㅎㅎㅎ 감사합니다...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