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1756

일단 링크 보시고요.

  

택배에서 일하는 노동강도는 링크 기사에서 추측이 됩니다. 허리 한번 펼 시간, 화장실 갈 시간조차 빠듯한 현실이라고 기사 르포로 나타납니다.

 

하기야 책 이런 택배 물량은 한두 권이면 매우 가볍게 처리될 수 있지만 책도 수십 권씩으로 같은 노동 작업이 계속 반복되면 이게 보통 노동강도가 아니게 되거든요.

 

책 하루 늦게 본들, 무슨 전쟁 나는 것도 아닙니다.

가급적 안전하고 사고 없이 도착만 해도 다행이라 여깁니다.

  

책 한 권 받아 보기 까지는, 작가의 고민과 노고, 출판사에서 책을 만들기까지의 무수한 사람들의 검토와 손길과 정성, 서점에까지 배달되는 배달원들의 수고, 그리고 주문하는 서점에서의 배송,택배사들의 비정규직 일용직들의 손길을 거쳐야만이 비로소 내 손에 책이 펼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이것 이외에도 더 깊이 따지고 들어가게 되면, 나무를 키우고 베고 가공하여 펄프로 가공하고 종이로 만들기까지. 재단하고 책으로 인쇄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손을 거쳐야만 하는지 일일이 설명도 하기 힘든 부분이거든요.

  

저는 짜장면 주문하고 좀 늦었다고 버럭질 내지 않았습니다.

좀 늦어 퍼진 짜장면 먹을 때도 있긴 합니다.

늦을 수도 있습니다.

주문받고 주방장이 만들고 오토바이로 배달해서 현관문에 도착해서 내가 먹을 때까지, 거치는 모든 것들의 과정들이 간단한 게 아니란 것이니까요.

  

그래서 돈 주는 거 아니냐고 떳떳하게 목소리 높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버럭 버럭 목소리 높일 수도 있습니다만, 예를 들어, 책 한 권 10,000원이라 칩시다.

 10,000원 줄 테니 책 한 권 만들어 보라면 절대 못 만듭니다.

짜장면 5000원이라 치고, 5000원 줄 테니 짜장면 한 그릇 만들어 보라면 못 만듭니다.

  

나무가 자라서 책으로 쓰일 종이로 만들기까지 몇년 몇십 년이란 시간이 걸리고 펄프로 만들어 이동하고 종이로 만들기까지 짧은 시간이 아니었거든요.

 

짜장면의 밀가루도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원재료에서 중간 재료까지 그리고 최종 결과물까지 그냥 나오는 것은 하나도 없거든요.

  

요즘 오전 일찍 책을 주문하면 당일 배송이라는 스피드화된 체계를 자랑합니다.

그런데요.

이런 스피드로 배송되기까지 또 누군가는 얼마나 쥐어 짜야 하는지, 짜게 될 것인지 우리는 모릅니다.

그리고 하루 이틀 늦어졌다고 전화합니다.

  

그야 사람 마음이야 다 비슷합니다.

주문하자마자 빨리 도착해서 책을 만나 받아서 펴보고 싶은 속도의 욕구는 누구라도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속도의 욕구에 맞추기 위해 이 여름날 가만있어도 죽을 거 같은 더위의 날씨에 죽도록 허리 한번 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죠.

땀의 가격치고는 참 똥값보다 더 못하거든요.

  

하루하루 벌어먹기 위해 일용직 물류배송직에 출근하는 젊은이들의 고된 고역의 삶들.

일당으로 받아 쌀 사고 전기세내고 혹은 무슨 경비로 지출하고 삶을 유지하는 사람들.

  

누구는 쥐꼬리만한 지분으로 기업을 소유하고 천문학적으로 돈을 벌어 얼마 번지조차도 계산하기 벅찬 사람들과 비교하면 흘린 땀과 노역이 자본의 소유에 대해 단순히 생각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책을 주문하고 최장 15일까지 전화문의조차 한번 하지 않고 기다려 봤습니다.

다만 이동 중에 이런저런 사고로 분실되지 않기만을 바랐습니다.

오래된 책을 주문하면 재고 파악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거든요.

물론 시간이면 바로 주문과 배송이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서점에서 출판사로 누군가는 재고를 확인도 해야 하고 없다면 재고 있은 곳을 수배도 하고 찾아서 책을 받아서 배송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이야 빨리 받고 싶어 재촉하고 싶었지만, 빨리 받는다고 빨리 읽지도 못할 수도 있으니까 느긋하게 기다립니다.

당장 빨리 못 읽는다고 무슨 사달 나고 폭동 일어나는 것도 아니니 스스로 내려놓으려 하거든요.

재촉하느라 전화 걸고 확인하고 따지고 왜 그렇게 늦냐 신경 쓰려면 결국 누군가도 피곤하지만 스스로도 피곤한 일이거든요.

내 마음 하나 내려놓고 느긋하자. 끝끝내 오지 못한다면 포기하자. 재고 확인만 되어도 올 수 있다면 기다리자. 무슨 애인 기다리듯 책도 애인도 아닌데 ....라고 다독일 뿐입니다.

 

지금은 모든 게 스피트 시대입니다. 속도에 따른 갈구가 사람을 너무나도 피곤하게 만듭니다.

조급증 내고 마음과 신경을 곤두세워지는 시대입니다.

조금만 늦어도 왜 늦냐고 따지게 되는 시대가 된 거예요.

여기에 나도 편승해서 함께 따라가다간 일단 나 스스로가 힘들거든요.

불요불급한 응급차를 기다리는 사고자를 두지 않는 이상, 기다림의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안 그러면 스스로가 마음이 곤죽 되어서 질퍽질퍽해지게 오염되기 때문입니다.

 

급하다 보면 꼭 사고는 나거든요. 하인리히 법칙에 사고 1: 300이란 이론은 300개의 보이지 않는 사고가 1개의 대형사고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이 300개를 줄이는 기다림의 미학이야말로 1개의 대형 사고를 없애는 길입니다.

 

조급증으로 지어진 집과 건물들, 다리들. 구조물들이 소요시간을 어김에 따라 발생하는 무수한 사고들의 잠재적 원인입니다. 시간을 줄일 수 있을 만큼 줄여야 비용도 줄어들어 이익이 더 많이 만들어 낸다는 생각이 조급증을 만들어 내 거든요.

그런데 그 조급증으로 날림이 되고 시간 경과가 꼭 필요한 것까지 줄이는 무리수를 두게될 때, 반드시 언젠가 그 조급함의 날림이 사람을 다치게 하고 죽게 하고 망가지게 하는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급하게 먹은 밥치고 체하지 않았어도 언젠가 한 번은 꼭 체할 때가 반드시 온다는 사실. 우리는 너무 급합니다. 숨 막히도록......

 

PS : 네 우리들이 왜 책을 읽겠습니까. 단순히 책의 재미만 쫓아봐야 내 삶이 더 윤택하게 반질거리지도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책에 담긴 마음으로 그 사유를 통해서 우리의 현실적인 삶의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되는 것이 목적이겠지요. 재미만 쫓는 책이라면 책보다 더 재미난 것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이처럼 우리들의 책이 주는 현실적인 사유의 토대가 되고 이것이 스스로의 삶이 원하는 정리된 공정한 삶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겠지요. 책에만 빠져 있는 백면 서생은 매몰되어 있을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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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9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강옥 2016-08-28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성한 댓글은 관심과 소통을 반증하는 거 맞지예?
택배 기사님들 성수기가 다가오고 있네요.
언젠가 배 한 상자가 왔는데 1/3이 깨졌더라고요. 던졌는지 우쨌는지...
그래도 차마 택배회사에 전화 못하겠던데요... 기사님 혼날까봐.

yureka01 2016-08-29 08:43   좋아요 0 | URL
가급적 깨지는 물건이나 농산물..이런건 택배로는 좀 어렵겠죠..
깨지고 망가지는 것을 전재로 한다면,아무래도 택배로 주고 받을 수 있는 물건은
참고가 될만 하겠지요..
아마 지금 또 얼마나 많을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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